산업 중소기업

[fn 해외 대기획 1탄] 화승비나 "2년내 공정 60% 자동화..스마트팩토리로 인건비 부담 최소화"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5 19:06

수정 2018.03.27 19:36

[포스트 차이나를 가다] 베트남 <2> 2002년 베트남 생산공장 설립한 화승비나
베트남 정부 개방정책으로 법인세 5년 면제 등 혜택
제조공장 환영 받았지만 최근엔 신규투자 승인 강화
기술집약산업 유치에 집중
해마다 급등하는 인건비… 자동화.기술혁신으로 극복
지난 7일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현에 위치한 화승비나 생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지난 7일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현에 위치한 화승비나 생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이계영 화승비나 대표가 지난 7일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현에 위치한 화승비나 공장에서 생산된 운동화를 살펴보고 있다.
이계영 화승비나 대표가 지난 7일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현에 위치한 화승비나 공장에서 생산된 운동화를 살펴보고 있다.

【 호찌민(베트남)=권승현 오은선 기자】 끝없는 수의 직원들이 한곳에 앉아 운동화를 한 땀 한 땀 빚어내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화승비나 공장은 각종 기계가 뿜어내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신발 공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이계영 화승비나 대표는 "신발 제조 과정에서 기계를 이용해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이 6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화승비나는 현재 20%가량을 기계 작업으로 전환했다.

화승은 1953년 동양고무공업으로 시작해 60여년간 신발 산업에 매진해왔다. 아디다스, 리복 등 세계적인 신발업체들의 제품 생산을 맡고 있다. 화승이 베트남에 진출한 건 지난 2002년이다. 동나이성 연짝현에 부지 42만㎡의 생산법인 화승비나를 세웠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베트남 최대 규모의 신발 제조 업체다.

■베트남 진출 1세대…"꽃이 필 수 있는 나라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2001년 베트남에 직접 방문해 사업 환경을 둘러보면서 "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성공 사례도 드물었던 당시, 화승은 용감하게 베트남에 뛰어들었다. 도이모이 정책으로 불리는 베트남 정부의 개방 정책이 화승을 이끌었다. 베트남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화승에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줬다. 그 이후로도 쭉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베트남은 지정학적 위치에서도 강점이 있었다. 베트남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가까우며 중국과도 접경하고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베트남은 노동 가능 인구가 전체 인구의 73%다"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이점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조업 평균 급여도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낮다.

베트남 진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제도나 규정이 불명확해 공무원의 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권한이 과도해 업무 진행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잦았다. 고급 인력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영어가 가능한 사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고급 기술 인력도 적어 인력 양성에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실제로 화승비나는 '화승 유니버시티'라는 직원 교육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 유치에 집중하는 베트남…"변화 필요해"

화승비나는 노동집약적 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자동화, 혁신 기술 도입에 힘쓰고 있다. 지난 15년간 베트남의 사업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일단 인건비가 해마다 급등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매년 최저임금을 10% 이상 인상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상승률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인건비 인상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 승인도 까다로워졌다. 베트남 정부가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주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역은 도로,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인프라)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호찌민시 12군에 있던 봉제, 섬유 업체 등의 사업 허가 연장을 불허했다. 이 대표는 "베트남이 중국처럼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해서 투자 승인을 잘 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생긴지 약 1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화승이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한 새로운 공장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략자에 지어졌다. 그는 "앞으로 신발, 섬유, 봉제 시장도 노동집약적인 산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동화와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팩토리.자동화로 활로 찾는 화승비나

이런 이유로 이 대표는 화승비나의 스마트화에 매진하고 있다. 화승비나의 스마트팩토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실제 공장 한 켠에는 스마트팩토리 환경 구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또 각 라인 천장에는 근로자들의 업무 효율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는 TV 화면이 붙어있었다. 이 대표는 각 라인들의 화면을 가리키며 "순간순간의 업무 효율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승비나는 자동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0년이면 전체 작업의 60%가 자동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재단 기기 앞에서 "이 기계 하나가 4~5명이 하던 일을 담당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화승비나가 최근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다이렉트 솔링'이다.
아디다스의 투자로 진행 중인 다이렉트 솔링은 신발 창을 만드는 모든 프로세스를 책임진다. 총 투자액만 2000만달러에 달하는 다이렉트 솔링은 내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기여한다.
이 대표는 "다이렉트 솔링은 인원 4~5명 정도만 있으면 된다"며 "인원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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