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한-UAE 정상회담] 代 이은 신뢰 바탕..‘MB때 뇌관’ 비밀군사협약 안정적 관리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5 18:00

수정 2018.03.25 22:55

실권자 모하메드 왕세제 부친, UAE 초대 대통령때부터 인연
외교.국방 ‘차관 협의체’ 신설..군사협약 등 안보 긴밀히 조율
에너지.방산 등 경협도 확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와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와 확대.단독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한-UAE 정상회담] 代 이은 신뢰 바탕..‘MB때 뇌관’ 비밀군사협약 안정적 관리

【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연합)=조은효 기자】 "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석유수출국이며, 다른 한 나라는 테크놀로지와 원전 분야의 개척자이다. 두 나라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한다."

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력 친정부지인 더 내셔널은 한 면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의 UAE 방문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신문은 한번도 해외에서 원전을 건설해본 적 없는 한국이 UAE와의 깊은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UAE에서 원전을 건설한 점을 언급하며, 이런 파트너십이 현재 UAE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아버지이자 UAE의 국부로 추앙받는 고(故)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UAE 초대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양국 간 신뢰의 역사를 드러내기 위해 17년 전인 지난 2001년 김대중정부 당시 이한동 국무총리가 UAE를 방문, 자이드 대통령과 면담하는 장면을 크게 게재하기도 했다.

■대(代)를 이은 신뢰관계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 간 정상회담에서 지난 2009년 체결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9년 만에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한 건 이명박정부 당시 한.UAE 간 비밀군사협약(UAE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변경이란 양국 간의 '뇌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경제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과 십수년 이어져온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유지.발전시키겠다는 모하메드 왕세제 간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대해 "양국 간 우정과 신뢰를 강화할 것"이라며 "경제.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시대에 진정한 친구와 동반자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국은 두 나라 간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던 한.UAE 비밀군사협약 문제를 안정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입구전략'으로 양국 외교부.국방부 차관 간 2+2 협의체 신설 및 외교장관 간 전략대화를 활성화 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대화채널 마련에 대해 "비밀군사협약을 제도적인 틀 속에서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입구'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밀군사협약이란,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원전 수주를 대가로 국회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비밀리에 UAE 측에 유사시 한국군을 자동적으로 파병시키겠다고 이면 합의를 한 것을 말한다. 합의 파기 시 양국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양국 모두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시간을 갖고 이 문제를 수정.보완해 가겠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과거 이란과 영토분쟁을 겪은 UAE는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안보를 지켜온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과의 방산협력 및 한국군 파병 역시 이런 맥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공식오찬에서 모하메드 왕세제는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드러냈으며 북핵문제는 두 정상간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韓·UAE 실질협력 강화

최대 걸림돌이었던 이 문제를 일단락 시킴으로써 두 정상은 에너지.인프라.방산.보건의료.4차 산업혁명 등에 있어 실질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UAE가 탈석유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감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신기술 및 미래성장 산업분야로 실질 협력을 확대해나가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과 이달 초 삼성엔지니어링이 UAE에서 루와이스 해상 프로젝트를 비롯해 총 30억7000만달러 규모(약 3조3100억원)를 수주한 것과 관련, 사의를 표하고 에너지.인프라사업 참여에 대한 모하메드 왕세제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이어 청와대는 중동에서의 세일즈 외교 일환으로 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 간 공식오찬 행사에 한국 경제사절단인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류진 풍산 대표이사 회장 등 15명을 참석시켰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 UAE 방문 사흘째인 26일 한국형 원전 수출 1호이자 중동지역 첫 원전인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완료 행사에 나란히 참석, 두 나라 간 신뢰관계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