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노조 합의 없인 모두에게 4월은 없다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5 17:10

수정 2018.03.25 21:14

한국GM.금호타이어 운명 가를 이번주
한국GM, 잠정합의안 별개로 1조7100억 차입금
만기연장말고는 답없어.. 앵글 사장 한국 올 듯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반대하는 노조 설득 못하면 곧장 법정관리 절차..당장 갚을 빚 1조3000억
한국GM과 금호타이어가 노조의 손에 운명이 갈리는 '운명의 1주일'을 맞게 된다. 지난 24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GM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GM과 금호타이어가 노조의 손에 운명이 갈리는 '운명의 1주일'을 맞게 된다. 지난 24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GM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회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회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격랑에 휩싸인 한국GM과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이번주 판가름난다. GM 본사와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못박은 데드라인이 각각 오는 31일과 30일이다. 4월로 넘어가면 곧 파국을 의미해 이달 말은 회생 동력에 불을 지필 마지막 기회라는 게 양사의 공통된 시각이다. 키는 노조가 쥐고 있다. 한국GM은 기존 목표의 절반 수준인 1000억원 규모 복리후생비 삭감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주말까지 타결해야 창사 이래 최대의 고비를 넘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기한까지 노조로부터 자구안 및 해외 매각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내야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다. 양사 모두 노조의 고통분담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어 극적타결을 위한 최후담판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GM, 앵글 사장 한국 급파할 듯

25일 업계에 따르면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에 급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이 사활을 걸고 주말까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현안만 △임단협 잠정합의안 도출 △신차 배정 △차입금 만기연장 등 세가지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막판 협상테이블에 앵글 사장의 등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앵글 사장은 올해 1월 방한 때와 지난 9일에도 노조와 면담을 갖는 등 노사교섭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한 잠정합의안 도출 시 GM 본사의 신차 배정과 차입금 만기연장 등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라도 앵글 사장의 일정부분 역할이 요구된다. 7차 노사교섭은 27일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늦어도 31일 새벽까지는 합의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정년연장, 군산공장폐쇄 철회 등 총 38개의 요구안이 수용되기 전까지는 회사측 제시안에 합의할 수 없다는 강경기류가 여전히 짙어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잠정합의안 타결은 GM의 글로벌 신차 배정과 연계돼 하나의 패키지이다. 반면 차입금 만기연장은 별개의 문제다. 잠정합의안이 불발돼도 한국GM을 유지하기 위해선 GM 본사가 상환시기를 늦춰줘야 한다. 이달 말까지 상환해야 할 자금은 약 7220억원이고, 다음달은 2일부터 9일까지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9880억원에 이른다. 총 1조7100억원으로 GM 본사의 만기연장 조치 외에는 사실상 감당할 방법이 없다. 한국GM은 당장 투입할 유동자금마저 부족해 산업은행이 지원의사를 밝힌 단기대출자금을 조만간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 국내 기업 인수자 등장할까

금호타이어 매각에선 회사의 생사가 결정되는 최종시한을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국내기업 인수설'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난 24일 "국내 건실한 기업이 산업은행이 진행 중인 매각조건과 동일하게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채권단이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6463억원에 매각하는 투자유치 조건을 18일 승인하면서 매각 성사까지 노조의 동의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지금이라도 인수 의사를 밝힌다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그간 '해외매각 철폐'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던 노조와 '정상화를 위해선 외부자본 유치밖에 없다'고 했던 산업은행의 갈등에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노조의 국내기업 인수설에 대해 산업은행은 즉시 "더블스타의 외부투자 유치를 공개한 이후 국내 어떤 기업과 국내 투자유치를 위해 접촉하거나 투자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며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금호타이어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노조가 아닌 산업은행이나 기업에 직접 의사를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국내기업이 인수를 원할 경우 매각 주체 변경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내일이라도 당장 인수 의사를 밝혀올 경우 협상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제안시기와 중국공장 처리방안 등에 대한 사안을 두고 진정성 있고 구제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 30일이 끝"이라며 노조 동의 없인 추가 금융지원은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번 주 '데드라인(마감시한)'까지 노조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노조의 동의 없이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과 이 회장은 지난 22~23일 광주공장에서 노조와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채권단과 회사가 끝내 노조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채권단에 총 2조4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당장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규모만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청산가치(1조원가량)가 계속기업가치(4600억원)보다 높아 최악의 시나리오로 파산도 거론된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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