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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한국경제 시계제로]불붙은 G2 무역전쟁에 한국경제 '새우등' 터진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3 18:07

수정 2018.03.23 20:59

美, 중국산 年 600억弗 관세..中, 128개 품목에 보복관세
양국 통상분쟁 확대땐 한국 주요 수출품 타격..美, 철강관세는 한달 유예
[‘美·中 무역전쟁’ 한국경제 시계제로]불붙은 G2 무역전쟁에 한국경제 '새우등' 터진다

【 서울.베이징(중국)=최갑천 서혜진 기자 조창원 특파원】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수출 주력인 반도체, 석유화학도 위험하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새우 등'인 한국 경제에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벼랑끝 양상을 보이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당장 우리 경제에 큰 영향력은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무역규제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 핵심 수출분야인 반도체, 에너지 등의 타격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깊은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중간재 무역폭탄'이 우리 경제의 근간을 강타할 것이라는 것이다. ▶관련기사 3.4.6.9면

■전면전 치닫는 '미·중 무역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에 연간 600억달러(약 64조9740억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며 '대중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많은 조치 중 첫 번째"라고 거듭 강조하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산 제품에 연간 600억달러(약 64조8000억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 이래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한 무역조치 중 가장 강력하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중국 기업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과 합작회사 형식을 통해 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부에 중국의 대미투자 제한과 관리.감독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와 관련,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00여개 품목을 관세부과 대상 후보군으로 선정했으며 향후 15일 내에 최종 관세부과 품목을 작성해 게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관세보복 조치에 중국도 즉각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30억달러(3조2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산 철강·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무부가 발표한 관세부과 계획 리스트에는 철강과 돈육 등 7개 분야, 128개 품목이 포함됐다. 상무부는 관세를 15% 부과하는 제1부문에는 신선과일, 건조과일, 견과류, 와인, 미국산 인삼, 강관(철강 파이프) 등 120개 품목이 포함됐다. 지난해 통계 기준으로 제1부문 품목의 총 수입액은 9억7700만달러(1조565억원 상당)에 달한다.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2부문은 돈육과 돈육제품,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이다.

■통상전문가들 "반도체·석유화학 직격탄" 우려

통상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중 간 무역전쟁은 우리나라에는 '폭풍전야'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 수출전선이 직접 영향권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국 무역분쟁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 수개월 안에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품목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의 29%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가 결정적 변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 조치가 현실화되면 반도체,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의 중국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휴대폰이나 PC, TV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한국산 반도체와 패널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라자일렌(PX), TPI 등 국내 석유화학 중간제품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수입 축소도 복병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중간제품들을 수입해 가전, IT, 의류, 자동차 등을 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석유화학분야의 중국 수출 규모는 한 해 20조원을 넘는데 미국의 제재가 길어지면 중국이 한국산 소재 수입을 긴축 기조로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한 해 수조원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증발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서혜진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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