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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철강관세 유예]53% → 25% → 한달간 관세 유예 "불확실성 여전… 영구면제 기대"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3 17:16

수정 2018.03.23 19:23


[美, 한국 철강관세 유예]53% → 25% → 한달간 관세 유예 "불확실성 여전… 영구면제 기대"


미국 정부가 25%에 달하는 '철강 관세폭탄' 대상국 지정에서 한국을 한 달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4월 말 최종 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 철강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25% 고율관세 영구면제를 두고서 한국과 협상에 조만간 다시 들어간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최고 53%에 달하는 고율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 때만 해도 국내 철강업계는 도산을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달 초 25% 관세율로 하향된 데 이어 관세 유예까지 되면서 지옥에서 천당으로 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철강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행정명령은 23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다. 다만 한국처럼 한 달간 유예를 받은 국가는 관세폭탄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유예기간 만료시점인 4월 말까지 최종 협상이 끝나지 않을 경우 국내 철강업계는 장기 불확실성에 빠질 수도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4월 말에는 어떤 식이든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철강업계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4월 말에 다시 한 번 더 유예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이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 철강분야 관세협상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다는 것. 미국 정부가 유예기간을 한달 정도로 지나치게 짧게 정한 것도 걱정거리다.

미국이 철강분야를 양보한 만큼 향후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전자와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 실익을 거두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은 미국 내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 중 3위에 해당할 정도로 철강무역 비중이 크다. 하지만 전자와 자동차에 비해선 철강의 대미 수출량이 크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자칫 철강을 지키다가 전자와 자동차 등의 협상에서 밀릴 수도 있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소탐대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미 FTA에서 철강분야는 원칙적으로 면세 대상이다. 안보를 이유로 철강분야에 고율관세를 책정한 미국 정부의 협상 논리에 우리 정부가 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철강분야 무역전쟁을 예고했던 미국 정부는 결국 철강수입 1~4위 국가에 대한 25% 고율관세를 모두 유예시켰다. 미국 정부가 수입철강에 고율관세를 물릴 경우 미국 내 수요산업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고민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3위의 미국 내 철강 수출국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뒤이은 4위 철강 수입국인 멕시코도 미국의 25% 고율관세를 피했다. 반면 대미수출 6위인 일본과 11위 중국은 이번 철강관세 유예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한편 미국 정부가 한국 등 일부 국가에만 차별적인 25% 관세를 물리는 232조 무역법안을 지난달 처음 도입했을 때 국내 철강업계는 일부 철강제품 수출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부당한 무역제재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강행하라는 강경대응책을 부처에 지시하면서 우리 정부의 전략이 바뀌었다.

문 대통령이 지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WTO 제소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청와대의 강경대응 지시 이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외교통상라인이 워싱턴DC에 총출동,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상대로 철강관세 면제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전방위 설득전을 펼쳤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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