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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철강관세 유예]4월 말까지 시간 벌었지만 FTA 협상서 '자동차+α' 내줄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3 17:16

수정 2018.03.23 17:16

美측이 만족할만한 FTA 개정안 못 내면 철강관세 바로 물릴 듯
[美, 한국 철강관세 유예]4월 말까지 시간 벌었지만 FTA 협상서 '자동차+α' 내줄판

"三國 모두 적극적" 속도 내는 한중일 FTA 협상 23일 오전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차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회의에서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 김영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야마자키 가즈유키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三國 모두 적극적" 속도 내는 한중일 FTA 협상 23일 오전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3차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회의에서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 김영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야마자키 가즈유키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의 철강관세 면제협상이 4월 말로 한 달가량 연장됐다. 철강관세 협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불리한 쪽은 한국이다. 미국은 철강관세를 지렛대 삼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박 수위를 높일 게 확실시된다. 우리 측은 방어적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관세를 일시 면하고 협상시간은 벌었으나 그럴수록 불리해지는 '협상의 딜레마'에 빠져드는 셈이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월 말까지 철강관세를 잠정 유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적인 관세 면제는 확정짓지 못했으며 다음 달까지 '영구적 관세 면제'를 위한 협상을 지속할 계획이다.

법적으로 철강관세 발효일은 23일이다. 관세 잠정유예 시한인 4월 말은 미국 측이 유리하도록 잡은 시한이다.

지난 13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체류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정부의 철강 232조 조치와 관련해 잠정 유예를 4월 말까지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정 유예를 받은 국가들은 '조건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도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측에 실효적 무역적자 해소방안을 제시하고 반(反)중국 무역동맹 편에서 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확인하는 조건의 협상인 셈이다.

잠정 관세 유예를 받은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아르헨티나.호주.브라질 등 7개국이다. 이들을 제외하고 중국, 인도 등 나머지 국가들은 23일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에 관세 25%를 물어야 한다.

앞서 전날 철강관세 및 한.미 FTA 협상창구인 미국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의회에 출석, "관세 면제 협상기간은 (따로) 없다.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국과 관세협상에 대해 "마지막 몇 가지 문제들을 어렵게 다루고 있다. 그들(한국)이 미국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개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 정부와 USTR는 한.미 FTA와 철강관세 면제협상을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이 기간 내에 한.미 FTA 개정과 관세 면제를 일괄 타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대로 한.미 FTA 개정협상이 미국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철강관세를 즉각 물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도 철강관세 면제 조건으로 캐나다, 멕시코와 일괄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세차례 열렸으며, 4차 협상은 내달 중 한국에서 열릴 차례다.

우리 정부와 USTR는 철강관세 부과 발효일(3월 23일)을 앞두고 지난 15~16일 FTA 개정 3차 협상과 철강관세 면제협상을 병행해 진행했다.

일단 한 달가량 관세 부과를 유예받아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선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하다. 특히 우리 측이 미국과 FTA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잠정 관세면제 시간이 갈수록 수세에 몰릴 처지라는 것이다. 미국 측이 4월 말까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한국을 더 몰아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지난 4주 동안 미국 행정부와 의회,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국산 철강의 제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어제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만나 필요한 협상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압박하는 최대 이슈는 자동차다. 자동차는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지난해 178억7000만달러)의 72.6%(129억6600만달러)를 차지한다. 미국 입장에선 대미 무역적자의 주범인 셈.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를 FTA 개정의 최대 성과물로 내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동차도시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산업도시)의 핵심 지지층을 달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미국 측은 국내 안전기준 미적용 자동차 수입쿼터(현재 업체당 연간 2만5000대)를 늘리고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픽업트럭 관세(25%) 재조정, 자동차부품 원산지기준 강화 등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측은 '농축산물 추가 개방 불가'를 전제로 한국산 세탁기에 발동(1월 22일)한 세이프가드, 불합리한 '불리한 가용정보(AFA)' 및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 조항 개정, 미국의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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