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이 전시] 전국광 회고전 '0.419㎥의 물상'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7:46

수정 2018.05.01 19:56

0.419㎥ 제한된 공간서 실험한 다양한 설치작품
매스와 탈매스(1981)를 제작중인 전국광 작가
매스와 탈매스(1981)를 제작중인 전국광 작가


덩어리. 3차원의 세계에서 우리는 수많은 덩어리들과 마주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덩어리, 즉 '매스(Mass)'로 이뤄져 있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만질 수 있는 모든 것은 매스를 가진다. 전국광 작가(1945~1990)는 이러한 매스의 문제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다. 1970년대 초부터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그는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한국 모더니즘 추상 조각의 맥을 이어받아 정립한 작가로 조각의 재료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성질인 매스를 주제로 생전에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는 '적(積)' 시리즈를 통해 재료를 모으고 쌓는 행위에 대한 관심을 쏟았고 '매스의 내면' 시리즈를 통해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물질의 덩어리 안에 자리잡은 구조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다.
그의 작품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나름의 질서를 보여주며, 조밀하게 차 있어 보이지만 비어 있는 여유를 보여준다. 빈틈 없는 구성과 빈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그의 작품에서는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영혼과 감성이 묻어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다음달 1일까지 진행하는 전국광의 회고전 제목 '0.419㎥의 물상'은 1986년 일본 교토 마로니에 화랑에서 열렸던 그의 네번째 개인전 '매스의 내면-0.419㎥의 물상'에서 차용했다. 과거 일본에서 개최됐던 전시에서 작가는 동일한 0.419㎥의 용적이라는 조건 아래서 다양한 재료를 실험한 설치작업을 선보였는데 일정한 용적 상태에서 각각의 사물이 어떻게 달리 드러나는지를 실험해 각기 다른 물질이 낳는 다양한 양태와 구조를 보여줬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작업의 근간이 매스 용적의 문제임을 재확인하고 작가의 조형 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던 이 전시는 전국광의 전시 중 백미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도쿄 개인전을 재현해 현 시점에서 다시 조명한다.
0.419㎥라는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 테라코타 흙과 나무, 노끈, 섬유 등 각기 다른 물질이 동일한 용적을 구축하는 방식을 보여줬던 전시를 반추하면서 '현상으로서의 조각' 개념과 형태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했던 작가의 현대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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