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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Culture] 현과 현이 만났을 때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7:45

수정 2018.03.22 18:41

리처드 용재 오닐 5년만에 새 앨범… 신지아.문태국.이수민과 '듀오' 테마로
비올라와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 비올라와 비올라가 만나
'파사칼리아' 등 고전과 현대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 담아
[yes+ Culture] 현과 현이 만났을 때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음악이에요. 제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이죠. 아름답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음악을 나누는 것이 중요해졌죠. 음악 활동이 저에게는 소명이자 의무입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0.사진)이 5년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비올리스트로는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그가 선택한 새 앨범의 테마는 '듀오'다.

보통 피아노와 함께하는 듀오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은 비올라와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 비올라와 비올라가 만났다. 현과 현의 대화이자 대결이다.

여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첼리스트 문태국, 비올리스트 이수민이 함께했다.
비올리스트가 9장의 음반을 낸 역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8장의 솔로 앨범과 1장의 베스트 앨범으로 약 15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그의 이름은 비올라 연주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20세기 들어서야 인기 있는 악기로 자리매김한 비올라이기에 비올라의 다양한 매력을 들려줄 앨범은 상대적으로 다른 악기에 비해 적은 것도 사실이다.

2012년 '솔로' 앨범에서 비올라 한 대로 깊은 음악성과 해석을 들려줬던 그이기에 이번 앨범은 더욱 특별하다.

"비올리스트로 자란 나는 개인의 욕구를 억제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내 존재를 이입시키는 훈련을 받아온 음악가였다. 그래서 늘 누군가와 함께있고 싶어했기에 더 깊은 드라마가 가능했다.

둘이라서 더 좋은 '듀오'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음반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솔로 연주는 연극으로 표현하자면 독백이다. 독백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보통 극은 두 명 이상의 캐릭터들이 함께 소통하고 교감한다.

이번 앨범 '듀오'는 그렇게 보자면 드라마다. 둘이기에 더 깊어진 대화"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지만 우리에게는 좀 더 친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 출신 미국인 조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2001년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으로 바올리니스트 정경화 투어에 함께하면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리처드 오닐이라는 이름 속에 '용재'라는 한국 이름이 더해진 것도 그 즈음이다. 2005년 1집 앨범 발매 후 9장의 앨범을 내는 동안 런던 필하모닉 등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여러 리사이틀을 비롯해 에버리 피셔 그랜트상 수상, 그래미상 후보 지명 등 세계 속에서 명성을 높였다.

국내에서는 앙상블 디토와 디토 페스티벌 음악감독, MBC 예능프로그램 '안녕?! 오케스트라'에 출연하는 등 클래식 아티스트 중 보기 드문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비올리스트라기보다 뮤지션으로 불리기를 원한다"는 그는 "최근 마라톤을 완주했는데, 함께 참가한 부부가 결승선에서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더라. 그 감정을 공감했고 기쁨이 느껴졌다.

그렇게 감정을 공유하는 게 음악이 아닐까. 그런 따뜻한 감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9장의 앨범을 낸 것을 '기프트(축복)'이라고 한 용재 오닐은 "연주자는 기본적으로 연주를 위해 살지만 앨범도 중요하다.

녹음이나 녹화를 하지 않으면 연주는 그 순간에 한정된다. 짧게 머물렀다 사라져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앨범은 음악의 마법을 좀 더 길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앨범에는 노르웨이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요한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2중주, 베토벤의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곡부터 컨템퍼러리 작곡가 조지 벤저민의 비올라 2중주곡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가 담겼다.


앨범 발매에 맞춰 23일 경남 김해 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총 6회에 걸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투어가 이어진다.

24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안동 문화예술의전당, 30일 인천 문화예술회관, 3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가 그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MBC '안녕?! 오케스트라'의 후속편 '엄마를 위한 노래'가 방송되고, 6월에는 다시 디토 페스티벌 음악 감독으로 나설 예정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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