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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동풍 효과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7:17

수정 2018.03.22 17:17

중국은 둥펑(東風) 시리즈로 분류되는 각종 전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산둥반도 등에는 한반도 전역을 겨냥한 최신예 미사일을 대거 배치해 놓고 있다. 사거리 1000㎞ 둥펑-16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평상시 우리에게 이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들어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어서다. 이를 입증할 만한 신빙성 있는 연구 결과가 다시 나왔다.
한국표준과학원(KRISS)이 개발한, 폭죽이 터질 때 나오는 화학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1월 춘제(중국 설) 기간 중국에서 사용된 폭죽이 당시 한반도 전역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PM2.5)를 '나쁨'(51~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다.

앞서 국립환경과학원도 지난 1월 중순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에 관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최대 57%가 중국 요인이라는 잠정 결론이었다. 황사철도 아닌데 이 정도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불행 중 다행인가. 올 3월 서울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4년 관측 시작 이래 최저치로 나타났다. 특히 20일엔 전국적으로 7~14㎍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로 강한 동풍이 불면서 20일과 21일 중국 등으로부터 오는 외부 미세먼지를 막아냈다"고 분석했다. 동풍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환경부는 27일부터 미세먼지의 일평균 환경기준을 50㎍/㎥에서 35㎍/㎥로 강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주원인을 직시한 맞춤형 대책 없이 기준만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하면 무슨 소용일까. 얼마 전 서울시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이라며 출퇴근시 대중교통 무료 이용 카드를 빼들었다. 하지만 수십억원 혈세만 축낸 꼴이었다.

삼국지에서 촉의 승상 제갈량은 동남풍이 불 시점을 예측해 화공으로 적벽대전의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에 맞서 늘 동풍이 불기만 바랄 순 없는 노릇이다. 미세먼지 유발 요인에 중국발 비중이 크다면 이를 입증할 확실한 '스모킹 건'부터 찾아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보다 줏대 있는 대중 '환경외교'를 펼칠 시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기자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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