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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4차 산업혁명 추진 틀 정비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7:17

수정 2018.03.22 17:17

[fn논단]4차 산업혁명 추진 틀 정비해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가 담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고 정부도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두었다. 그런데 기업들의 준비는 오히려 느슨해졌다. 산업연구원 자료(2017년 12월)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인지도는 증가했지만 과반수가 여전히 무관심하고 그나마 관심기업의 '대비 착수'도 감소했다.

새로운 산업혁명을 수용할 역량도 미흡하다. 한국은행 자료(2018년 1월)에 따르면 인공지능, 바이오와 소프트웨어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15개 주요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미국 특허청이 승인한 특허자료를 토대로 만든 결과다. 게다가 규제로 인해 4차 산업혁명 관련분야 신산업의 기술개발과 산업화가 더뎌진다는 진단도 나온다.

3차 산업혁명인 디지털 혁명의 연장이 아니고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 복잡계 경제학의 대가인 브라이언 아서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디지털 혁명의 진화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디지털 혁명의 첫 단추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개발된 집적회로(IC)다.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디지털프로세스가 연결돼 인터넷과 웹서비스가 등장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가능해져 대용량 컴퓨터가 공유됐다. 2010년대에는 저렴한 유비쿼터스 센서가 등장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 축적이 이뤄졌다. 이는 다시 분석기법이나 지능 알고리즘의 발전 등을 촉진했다. 사물끼리 소통하는 사물인터넷도 가능해졌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 발전의 속도는 워낙 빠르고 변화 예측도 어려워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구분한 것이다.

산업을 보는 시각을 바꿔나가야 한다. 우선, 아서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제2의 경제, 즉 자동화경제와 가상경제를 만들었다. 이들은 점차 확대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둘째로 공급주의의 종말이다. 만들면 팔린다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스마트 공장이 소비자의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생산단가를 계속 낮추는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기술모방과 저렴한 생산비를 가진 후발주자의 이점은 없다. 기술발전과 공정혁신 속도가 빨라 발전을 뒤따라가기 바쁘다. 끝으로 승자독식이 가능해져서 자유방임주의를 방치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혁명은 거시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한계생산비가 제로이며 공급이 무한대인 디지털 경제 탓에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과소계상될 수 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자동화경제의 확대로 고용위축이 우려된다. 다만 전구의 발명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였던 양초가 다양하게 진화해 인간의 삶을 윤택케 하는 것처럼 사라질 직업과 새로이 등장할 직업 간 순효과는 아무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청사진보다는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 분석에 더 치중해야 한다. 산업이 디지털 혁명의 여파로 빠르게 변신해 과거 산업혁명 때처럼 계획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도 이 같은 전제 위에 설계돼야 한다.
공공연구 역량을 집중해 민간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교육 혁신과 인력 양성, 각종 제도나 규제 체계를 재정립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 스마트 시티나 스마트 국가를 지향해 신산업혁명의 인프라가 충만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신산업혁명이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혜택을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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