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기자수첩] 신입 간호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2 17:03

수정 2018.03.22 17:13

[기자수첩] 신입 간호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지난 19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아산병원 신입 간호사였던 박선욱씨(27) 사망 사건에 대해 "혐의를 적용할 만한 폭행, 폭언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내사 종결했다. 지난달 설 연휴 박 간호사가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이유가 '태움'(직장 괴롭힘) 때문이란 주장이 나오면서 경찰이 확인에 나섰지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경찰의 조사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총책임자인 형사과장에게 "왕따, 업무 떠넘기기 등 직장 괴롭힘에 대해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직답 대신 "폭행 등 뚜렷한 범죄행위가 아닌 단순 직장 괴롭힘은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한 기사를 언급했다.

예상대로 경찰은 '혐의를 적용할 만한 수준'의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업무 떠넘기기, 폭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19일 발표 후 다시 형사과장에게 '왕따, 업무 떠넘기기 등 괴롭힘 행위는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혐의 적용할 만한 부분은 없다는 것이지 가혹행위 여부는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박 간호사가 사망한 뒤 직장 내 괴롭힘 문화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몸을 아끼는 경찰의 태도는 아쉽게만 느껴진다.

경찰이 나서 사회적 논란을 키울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겠지만 유족들과 간호사연대는 강하게 반발한다. 간호사들이 연대해 만든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이번 경찰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박 간호사가 일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담당 주치의로부터 폭언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수사가 안됐다는 것이다. 유족들도 병원에서 업무를 과다하게 부여하고, 가혹행위에 대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서도 바로잡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하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폭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수사를 진행한다"는 말을 남겼다.
재수사가 이뤄진다면 밝혀져야겠지만 새내기 간호사가 투신한 분명한 이유는 있을 터이다. 병원에 들어간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업무에 대한 압박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소송에 대해 36번이나 검색할 만큼 심적 압박을 느낀 이유 말이다.
오는 24일 토요일 박 간호사가 일했던 병원 앞에서 추모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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