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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액티브펀드 vs. 인덱스펀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6:57

수정 2018.03.20 16:57

[한미재무학회칼럼] 액티브펀드 vs. 인덱스펀드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30조달러(약 3경2000조원)로 한국 증시의 15배 규모이며 전 세계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 시장에 국제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경제 전문가만이 아닌 일반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증시는 기업이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창구이므로 증시 침체는 투자 위축 및 일자리 부족 문제와 직결된다. 둘째, 증시는 국민의 노후 생활안정을 위한 연금에 큰 영향을 준다.
만약 증시가 폭락해 연기금들이 큰 손실을 보면 연금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져 세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거나 연금을 삭감해야 하는 정치사회적 문제에 직면한다.

이런 점에서 국제 증시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0% 급락해 10조달러 규모이던 미국 증시가 지난 9년간 200% 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1년 만에 20% 급등했다가 최근 다시 조정과 반등 및 변동성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액티브펀드의 활동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는 인덱스펀드의 급성장이다.

액티브펀드는 개별 주식의 회계자료와 시장상황 등 상세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비싸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주가지수에 포함된 모든 주식에 상세한 분석과정 없이 분산투자해 수수료를 낮춘 상품이다. 연기금과 같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수수료와 리스크를 모두 고려할 때 인덱스펀드보다 나은 액티브펀드가 있는가다.

특히 액티브펀드 중 기업 경영구조 개편과 투자 및 배당에 적극 관여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액티비스트펀드와, 인덱스펀드나 연기금 등 다른 주주들의 역학관계가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국내외적으로 큰 쟁점이 됐다. 한국에선 액티비스트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7% 이상 매입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합병에 반대했을 때 다른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미국에선 생활용품 대기업인 P&G가 액티비스트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이때 그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미국 3대 인덱스펀드인 뱅가드,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가 회사 편과 액티비스트 편으로 나뉘어 주총 투표에서 박빙의 각축을 벌인 끝에 결국 P&G가 액티비스트펀드 회장의 이사진 합류를 결정한 사례가 있다.

액티비스트펀드가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방만한 경영을 감시하는 긍정적 효과와 단기 수익과 배당에 초점을 맞춰 기업의 장기투자를 통한 가치 증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공존한다. 액티비스트펀드의 긍정적 효과를 증진하고 부정적 효과를 억제하며 기업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려면 기업의 다른 대주주인 인덱스펀드와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사고로 많은 학생이 희생됐다. 이를 계기로 인덱스펀드의 선두주자로 5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이 총기 제조사와 판매사들에 총기안전 문제와 관련한 경고문을 고지해 주총 투표 등을 통한 영향력을 행사할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인덱스펀드 같은 대주주의 정치.경제.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한국에서 이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국민연금이다. 그 핵심인력인 기금운용본부장이 장기간 공석인 가운데 후임자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 한다.
600조원 이상의 자금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이 자리에 그 영향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외부 압력을 이겨내고 경제발전과 국민 노후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등용되길 기원한다.

박현아 뉴욕시립대학 재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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