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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사, 2주만에 임단협도 '답보'..새 이사진엔 엥글 사장 '입김'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6:23

수정 2018.03.20 16:25

한국GM 노사가 2주 만에 재개한 임금 및 단체협상은 노조의 설명을 듣는 자리로 45분여 만에 마무리됐다. 회사측의 제시안에 대한 노조의 요구안이 전달된 후 처음 노사가 마주한 자리였지만 협상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20일 한국GM에 따르면 이날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임단협 5차 교섭은 노조가 지난 15일 사측에 전달한 요구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로 끝났다. 교섭에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임한택 한국GM노조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교섭은 노사 모두 교섭안이 마련된 상태에서 만나는 첫 자리로 일정 부분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설명을 듣고 "노조의 요구안을 면밀히 살핀 후 회신하겠다"는 입장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신차 배정을 위한 요건으로 한국GM의 노사 협의 기한을 이달 말로 못 박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노사는 당장 21일 오전 10시에 6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GM 본사가 제시한 데드라인(마감시한)까지 열흘간 노사간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협상의 쟁점인 비급여성 인건비 축소를 둔 양측의 요구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일시금 지급 불가에 비급여성 인건비 삭감안을 제시했다. 학자금 지급 중지와 장기근속자 금메달 지급제도 폐지, 중식 유료화 등 복지혜택을 축소해 1200억원 가량의 고정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유보를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마련했다. 다만 노조는 GM 본사의 차입금 3조원 전액 자본금으로 출자 전환해 전 종업원에게 1인당 3000만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분배하고, 사장을 제외한 임원 한국인으로 교체, 모든 종업원에 대해 10년간 정리해고를 금지 등의 요건을 달고, 사측이 제시한 비급여성 복지혜택 축소안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GM 본사의 한국GM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는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올해 들어 한국을 네 차례나 찾으며 미국 GM의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고 있는 점이 한가지 근거다. 엥글 사장은 지난해까지 GM 남미사업부문 사장으로 재직하며 브라질의 구조조정과 회생을 이끈 인물이다.

또 하나 근거로는 지난달 말로 한국GM의 이사진이 대거 교체된 점이 꼽힌다. 한국GM은 비상무이사 5인을 전원 교체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스테판 자코비, 니하리카 람데브 등 대다수 이사진이 GM을 퇴임하거나 다른 사업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교체됐지만, 후임 이사진으로 어네스토 오르티즈 GM 남미사업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루이즈 페레스 GM 남미사업부문 노무담당 부사장이 등재되면서 엥글 사장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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