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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가족이다] "홀로 키우는 아들에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단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9 17:07

수정 2018.03.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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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하우스에서 구조된 지킬이 입양한 최준혁씨
최준혁씨와 지킬이
최준혁씨와 지킬이


동물권익보호단체 케어는 지난 2015년 제보를 받고 인천의 한 비닐 하우스에서 짧은 줄에 묶여 밥과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오던 7마리의 개들을 구조했다. 케어는 구조한 개들을 입양센터로 옮겨 치료하고 보호했다. 이번 주에는 케어의 입양센터 구조견 중 한 마리인 '지킬이'를 입양한 최준혁씨를 만나봤다.

■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 알려주려 유기견 입양

최씨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최씨 부부는 합의이혼을 하게 됐고, 프리랜서인 최씨는 자연스레 육아를 전담했다. 아들이 4학년이 되었을 때,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최씨는 입양을 생각했다.
그는 "아들이 혼자가 외롭다고 형제나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해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돈을 주고 펫숍에서 살 수 있었지만, 뭔가 의미 있는 결정을 하고 싶었다'며 입양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손가정에 있는 아이는 '부모가 날 버렸다' 라는 감정과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런 선입견을 없애주고 싶었다"라며 "아들에게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으며, 그 어떤 상황때문에 버려진 아이들도, 우리가 사랑으로 새로운 가족이 되자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지킬이 구조 직후
지킬이 구조 직후


지킬이 현재 모습
지킬이 현재 모습


■"유기견 입양 후 마음의 위로.치유"

최씨는 유기견 입양의 장점으로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치유를 꼽았다. 사람을 경계하던 개가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최씨 또한 마음이 치유됐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어린 강아지때부터 같이 성장해 온 반려동물로부터도 많은 위로를 받지만, 이번 경우에는 어느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아픔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내게 마음을 열고 나를 안아 줄 때, 내안에 있던 아픔과 트라우마들도 같이 위로 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킬이'는 최씨 가정에 입양되기 전 학대 받았던 상처로 겁이 많고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씨는 "집안에 배변 패드를 두어도, 집안에서 용변을 보지 않는다"며 "따라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세먼지 높은 날도 무조건 3번이상 밖에 데리고 나가는데,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여러 번 산책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고 털어놨다.

■"후원으로 받은 행복 돌려주겠다"

최씨는 '지킬이'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동물 보호소에 후원금 지원을 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내가 받은 걸 다시 사회에 환원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유기견을 기르면서 나의 가치관이나 인생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가지 확실한 계획은 서울이 아닌 곳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좀 더 많은 유기견을 입양해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씨는 학생들의 의무적 봉사활동 목록에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데, 교육청에서 등록한 곳만 인정한다"라며 "유기견 보호소나 동물보호소에서 한 봉사 활동들도 의무시간으로 인정하면,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고,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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