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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안보수장 두 달만에 샌프란시스코 3자 회동..'日패싱 달래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9 16:53

수정 2018.03.19 16:53

지난 17~18일(현지시간)미국 샌프란시스코, 한·미·일 세 명의 안보수장이 한 자리에서 모여 4~5월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3인이 만난 건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 비공개 회동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정 실장이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귀국한 지 채 1주일도 안돼 미국을 방문해 맥매스터 보좌관을 다시 만난 건 한국이 앞장서 나가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한·미간 기조를 재확인한다는 목적과 함께 '일본'을 대화에 판에 끼워넣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번 3자 회동에 대해 "참석자들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대화를 나눴으며,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수주간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 3국 '대화'견인
한 가지 흥미로운 건 한·미·일 공조의 초점을 정의용 실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는 일본이 견인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로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 사이에 집중적인 협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 삼각 공조의 주도권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이끈 한국 쪽으로 넘어온 데 따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불과 1월 회동까지만 해도 대북압박전선을 주도해 온 미·일의 주도권이 강했다.

이번 회동이 성사된 건 남·북·미 대화에서 소외를 우려하는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아베신조 총리는 지난 달 10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만 해도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대북압박과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일본 고노다로 외무상은 워싱턴 출장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러 워싱턴으로 직접 날아가기도 했다. 일본 측 요청에 따라 지난 17일 워싱턴 현지에서 성사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고노 외무상은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북·일 간 현안도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패싱'을 우려하는 일본이 대화의 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연일 사학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베 총리로선 북·일 대화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논의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번 3자 회동에서 일본 측이 자연스럽게 북·일 정상회담 문제를 거론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공조체제 강화
이번 3자 회동의 또 다른 의미는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는 맥마스터 보좌관이 대오 정비에 나섰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기는 했으나 이 대화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앞서가는 한국이 한·미·일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려는 목적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번주초부터 예술단·태권도단의 평양 공연을 위해 남북간 대화가 진행된다. 3월 말엔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한·미 두 안보수장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양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제를 조율하는 등 로드맵 구성에 돌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는 결국 북미가 풀어야 하는 문제지만, 한국도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고, 미국도 이를 알고 있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도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고, 우리도 미국에 할 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미·일 3국 안보수장 회동이 미국 측이 요청에 따라 이뤄진 점을 주목하며 "최대 압박을 추구한 미국이 갑자기 북미정상회담으로 돌아서니, 아베 달래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미·일 공조를 확실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유럽으로 이동해 한·유럽연합, 한·프랑스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현재 진행 중인 남·북·미간 대화에 대한 유럽의 지지와 관심을 촉구했다.
북측은 리용호 외무상의 스웨덴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대미통인 최강일 북아메리카 부국장이 이날 핀란드로 입국해 1.5트랙(반민반관) 수준의 탐색적 대화로 세부조율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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