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상을 바꿔놓는 '미투'..회식 줄고 2차는 꿈도 못꿔, 지하철선 '만세'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8 10:00

수정 2018.03.18 10:00

술 권하는 사회는 옛말 
'미투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한국 사회를 휩쓸면서 일상 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뿐만 아니라 분야를 막론하고 성폭력 등이 폭로되자 우선 회식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언어와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미투운동'을 비꼬는 듯한 일부 언행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1박2일 워크샵 없애거나 줄이기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은 회식자리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 영업사원 신모씨(32)는 며칠 전 회식자리에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일찍 귀가했다.
과장이나 차장 등 회사 선배들은 예전과 달리 술을 주지도, 권하지도 않았다. 미투운동을 의식한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상사인 차장은 "괜히 구설수 만들 일을 하지 말라"며 "이게 마지막 회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는 전언이다. 신씨는 "이전까지는 회식자리에서 야한 농담도 거침 없이 하더니 갑자기 바뀌었다"며 "회식을 줄이고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자성의 목소리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씨(53)도 회식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1차에 이어 2차로 노래방이나 호프집 찾는 것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술을 자신의 주량껏 마실 수 있도록 유도하고 예전처럼 억지로 권하는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그는 "요즘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분위기여서 첫 한, 두잔을 제외하고는 서로 술을 따라주지 않는다"며 "노래방이나 호프집 등 2차 자제는 물론이고 통상 1박 2일 일정의 워크샵도 없애거나 당일치기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A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언행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당연한 것이어서 따로 공문을 보내지는 않는다"면서도 "내부에서 스스로 회식은 적당하게 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하철을 탈 때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씨(44)는 지하철 9호선을 탈 때마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 마지막 탑승객이 억지로 몸을 밀어 넣어 간신히 탑승한 뒤 자동문이 닫히면 부담감이 밀려온다. 퇴근길에는 남녀 구분 없이 혼잡한 상황에서 요즘은 더욱 신경 쓰여서다. 김씨의 자세는 엉거주춤하다. 예전에는 팔짱을 했으나 이제는 손을 위로 치켜 든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약간 숙인다. 김씨는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본의 아니게 몸이 밀착되면 여성들이 불쾌해 하는 것 같다"며 "괜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랬다간 너 미투 당해' 일부 언행 문제
일부에서는 미투운동과 관계 없는 행위에도 '미투' 운운하며 의미를 왜곡시키거나 미투운동을 깎아내리려는 언행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IT계에 종사하는 한모씨(26.여)는 최근 회식자리에서 '미투'를 희화화하는 듯한 발언을 듣고 화가 났다.
한 남성사원이 메뉴를 고르지 못하겠다는 신입 여사원에게 계속 선택할 것을 요구하자 옆에 앉은 남성사원이 "너 자꾸 강요하면 미투 당한다"고 한 것. 또 사무실에서 '요즘 회식에 여직원 못 데리고 가겠다'고 큰 소리로 말하며 웃기도 한다고 한씨는 전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남발하지 말라고 대응하는 것도 이제 지칠 정도"라며 "요즘 회식에서는 미투운동 관련 농담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에 마음 단단히 먹고 나가야 한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미투운동의 본질은 남녀 문제가 아닌데 남녀갈등으로 연결되는 것은 문제"라며 "미투 관련 농담 등은 일부 미투운동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사회 성숙과 함께 곧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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