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yes+ Culture] 두 지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50

수정 2018.03.15 17:50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시즌 첫 공연으로 선택.. 버전 달라 '같은 듯 다른'
지젤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박슬기
지젤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박슬기

봄 바람이 분다. 무용계에서는 한 해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다. 올 한해도 각 무용단들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특히 시즌의 첫 공연은 한 해 무용단 공연의 방향과 컬러를 제시하는 자리다. 올해 우리나라의 대표 무용단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시즌 첫 공연으로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을 들고 나왔다. 두 발레단이 같은 시기에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실도피 욕망 담은 백색 드라마 발레 '지젤'

'지젤'은 19세기 낭만주의의 흐름을 타고 만들어졌다. 낭만주의 대표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지의 춤을 보고 그녀를 숭배하게 된 작가 테오필 고티에가 그녀를 위한 역할을 구상하던 중 '죽을 때까지 춤추는 아름다운 소녀'에 대한 위고의 시 '유령들'을 읽으며 하인리히 하이네가 쓴 싯구에서 '윌리'라는 처녀귀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

이후 테오필 고티에는 베르누아 드 생 조르주와 독일의 한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주제로 발레 각본을 구상한다. 이 각본을 토대로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와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지젤'이 1841년 6월 28일에 초연된다. 초연에서 파리 발레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이 작품은 이후 런던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밀라노 등 유럽 각국의 발레단에 수출됐고 현재까지도 모든 발레리나들이 꼭 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독일의 순박한 처녀 지젤이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죽게 되고 이후 숲속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죽을 때까지 춤추게 만드는 윌리가 되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이후 지젤의 무덤을 찾아왔다가 윌리들의 포로가 된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사랑으로 목숨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지젤'이 초연됐던 19세기 말 유럽은 낭만주의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흑사병과 산업혁명으로 세계가 급변했던 때 사람들은 현실세계를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당시의 작품들을 보면 사랑 이야기와 함께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다. 무중력감의 효과를 높이고자 처음으로 무용수가 발끝으로 서는 포인트 기법이 개발됐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무대에 가스등이 활용됐다.

유니버설발레단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홍향기


■국립발레단 vs 유니버설 발레단 '미묘한 차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 봄에 선보이는 '지젤'은 같은 듯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초연의 계보를 이은 러시아 버전의 '지젤'을 선보인다면, 국립발레단은 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부예술감독이었던 파트리스 바르가 재안무한 버전의 '지젤'을 선보인다.

먼저 무용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포문은 국립발레단이 연다. 주디스 얀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21~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박슬기-이재우, 김지영-박종석, 김리회-허서명, 한나래-김기완 캐스팅으로 5일간 공연한다.

이어 유니버설발레단이 다음달 6일부터 15일까지 나탈리아 쿠쉬-매튜 골딩, 홍향기-이현준, 강미선-이동탁, 조이 아나벨 워막-마밍, 에카테리나 오스몰키나-김기민,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캐스팅으로 열흘 동안 공연한다.


이번 '지젤' 공연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캐스팅을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특히 이번 봄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에는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같은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인 오스몰키나와 객원 출연한다.
한편 김기민의 형인 국립발레단 소속의 김기완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한나래와 함께 같은 역으로 무대에 선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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