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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해외 대기획 3탄] 물가상승률 13000%, 환율 50배 퍼주기식 복지에 몰락한 석유강국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25

수정 2018.03.16 17:49

[포퓰리즘의 비극 중남미를 가다]<1> 석유강국의 몰락,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 석유산업 국영화한 후 오일머니를 복지에 펑펑
사회주의식 가격 통제도 이후 경제 급격한 내리막길

베네수엘라 현지 화폐 볼리바르는 지난달 기준 1달러당 22만5586볼리바르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달러 당 4329달러 대비 5배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지난 6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소재 알타미라 빌리지 쇼핑몰 주차장 직원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어 종이에 불과한 20볼리바르(약 0.0001달러) 지폐로 종이접기를 해보였다.
베네수엘라 현지 화폐 볼리바르는 지난달 기준 1달러당 22만5586볼리바르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달러 당 4329달러 대비 5배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지난 6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소재 알타미라 빌리지 쇼핑몰 주차장 직원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잃어 종이에 불과한 20볼리바르(약 0.0001달러) 지폐로 종이접기를 해보였다.

【 카라카스(베네수엘라)=김문희 김유아 기자】 '파국이다.'

한때 남미 좌파의 맹주로 꼽히던 석유강국 베네수엘라가 몰락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거리로 나와 쓰레기를 뒤지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지 오래다. 먹을 것이 부족해 몸무게가 줄어든 국민들은 이런 상황을 현 정권 대통령의 이름을 따 '마두로 다이어트'라고 부르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경제난을 견디지 못한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베네수엘라 엑소더스' 행렬에 가담하면서 베네수엘라 수도인 카라카스시에는 빈집이 늘고 있다.
[fn 해외 대기획 3탄] 물가상승률 13000%, 환율 50배 퍼주기식 복지에 몰락한 석유강국

무상복지로 시작된 '포퓰리즘', 베네수엘라 경제 집어삼켜

남미 최대 산유국으로 남미 부국으로 꼽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 1999년 차베스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리막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쫓겨났지만 집권 당시에는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빈민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23가지에 달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들고 정권을 잡았다.

차베스 정권은 석유산업을 국영화한 뒤 석유자원을 통해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국가의 경제개발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퍼주기식 복지'에 써버리기 시작했다. 이 복지정책에는 10대 소녀가 아이를 낳을 경우 '미혼모를 위한 수당' 등도 포함됐다.

무상복지 정책에 이어 차베스 정권은 사회주의식 가격통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공장들은 '손해보며 장사할 수 없다'며 제품 생산을 보이콧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식량과 생필품이 바닥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감내해야 했다.

미국 달러화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 암시장 환율 통계기관 '달러투데이'에 따르면 볼리바르화의 가치는 지난해 2월 달러당 4329볼리바르에서 올해 2월 달러당 22만5586볼리바르로 폭락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상태로 돌아섰고, 초(超)인플레이션을 뜻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올 연말까지 1만3000%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비롯한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오께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소재 버거킹 앞 거리에 어린이들이 주린 배를 쥐고 쓰러져 있다. 이들은 신발도 신지 않은채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행인들을 향해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정오께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소재 버거킹 앞 거리에 어린이들이 주린 배를 쥐고 쓰러져 있다. 이들은 신발도 신지 않은채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행인들을 향해 먹을 것을 구걸하고 있었다.

유가하락에 경제 직격탄…대선 앞두고 정부는 또 포퓰리즘

베네수엘라 국가수입의 약 90%는 원유 수출에 따른 것이다. 국가재정을 석유자원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함에 따라 베네수엘라 경제는 국제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휘청거렸다.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재정상태는 악화됐다.

지난 2013년 말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 지목으로 차베스를 지지하는 '차비스타' 세력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무능한 리더십도 베네수엘라가 무너지는 또 다른 이유다.

마두로 대통령은 저유가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은 해결하지 못하고,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무능한 리더십으로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회원사에 약 38억달러(약 4조1000억원)에 달하는 항공권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지난 1월 기준 카라카스국제공항에 취항하는 국제 항공사는 단 6곳에 불과하다. 오는 5월 대선을 앞두고 현재 마두로 정권은 올 들어 2차례나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포퓰리즘으로 연명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거리에서 시위하는 국민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철권통치를 일삼으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마두로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며 "야당 지도자로서 5월 대선을 선거라고 칭하고 싶지도 않다"며 정부의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gloria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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