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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일자리정책 '내우외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7:02

수정 2018.03.15 17:02

[여의나루] 일자리정책 '내우외환'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일자리 통계 지표들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에서 줄지를 않고 일자리 늘기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 규모가 전년 대비 10만4000명에 그쳐 금융위기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영세자영업이 몰려 있는 도.소매업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9만2000명, 음식.숙박업 종사자 수는 3만3000명 각각 감소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의 수출전선에 연이어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박을 계속하면서 최근에는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53% 관세부과안 검토 등으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철수 선언에다 지난해 한진해운에 이어 성동조선까지 법정관리로 넘어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국내 일자리 사정은 내우외환인 상황이다.

그러나 고용친화적 방향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관련 법.제도를 개혁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정부는 "실업 문제가 재난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일자리 위기 상황에 일자리 챙기기 최전선에서 있어야 할 일자리위원회는 부위원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서 자리를 비우고 위원들도 중도하차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15일 정부가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해 청년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는 원론적 얘기 수준이다. 공무원을 늘리고 세금을 써서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될 리 만무하다.

일자리정책은 항상 '더 많은, 더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용위기 시에는 정책의 일차적 목표를 '더 좋은(질)'보다 '더 많은(양)' 일자리에 두어야 한다. 양(量) 없이 질(質)이 나올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이 최우선 정책 어젠다로 자리잡고 있다. 모두 현재 있는 일자리의 '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저임금 근로자와 비정규직 비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장시간 노동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정책은 적정한 시기와 때 그리고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하다.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 전 산입범위부터 먼저 합리적으로 개정해 놓아야 했다. 이미 기존 산입기준에 따라 인상해 놓은 상태에서 뒤늦게 산입범위를 개정하려 하니 노.사 간의 이견과 갈등이 첨예해 국회 입법 과정도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는 사이 올 상반기에는 또다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시작돼야 하니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근로시간 단축만 해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성화해 단축된 근로시간을 보완하고, 근로시간이 단축된 것만큼 새로운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옳다.
하지만 관련 정부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를 언제 어떻게 늘리겠다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덜 좋은 일자리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현실 인식하에 고용 총량을 늘리는 정책으로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방하남 국민대학교 석좌교수·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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