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특활비 상납' 국정원장들, "배신감 느껴" "제도 문제" 혐의 부인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5 11:59

수정 2018.03.15 11:59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정원장들이 사실관계는 인명하면서도 "위법한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를 받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국정원 예산을 담당했던 이헌수 전 기조실장과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세 전 국정원장 측은 국정원 특활비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남 전 원장 측 변호인은 "특활비가 청와대에 전달됐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집행이라는 점은 반성한다"면서도 "피고인은 상위 기관이자 국정운영의 최고 기관인 청와대 예산으로 사용된다는 전제하에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상관없는 비용으로 쓰일줄은 생각지 못했다"며 고위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병기 전 원장 역시 "(이번 사건은)국가 예산을 사용에 대한 제 지식이 부족해 발생한 것"이라며 "올려드린 돈이 제대로 된 국가운영에 쓰이길 기대했으나 반대된 점이 안타깝고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라고 밝혔다.

이병호 전 원장은 이번 특활비 사건은 개인이 아닌 제도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은) 제가 부패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장이 됐더라도 그 분이 이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개인 비위의 문제가 아닌 오랫동안 미비된 제도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얼마나 엉터리면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바치겠느냐"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비꼬았다.

이 전 실장 측은 "피고인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자로 기소됐는데 판례를 검토해보니 업무상 횡령으로 돈을 주고받은 경우 횡령금액에 대한 분배이지 별도의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며 횡령죄와 뇌물죄가 공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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