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마오쩌둥의 길로 가려는 시진핑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4 17:34

수정 2018.03.14 17:34

덩샤오핑 노선 '패싱'하고 집단지도체제 허문 전인대..중화패권 격화에 대비할 때
[구본영 칼럼]마오쩌둥의 길로 가려는 시진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홍색 조명이 짙어지는 느낌이다. 지난 11일 3차 전체회의에서 국가주석 3연임 금지조항을 폐지한 개헌안이 통과되면서다. 그뿐인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란 국가지도 이념이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과 함께 헌법 조문에 병기됐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를 선언한 건가. 전인대를 기점으로 당.정.군 요직에 시 주석 핵심 측근인 '시자쥔'(習家軍)이 속속 입성 중이다. 1982년 덩샤오핑이 고안해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이어진 집단지도체제가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현대사를 관통해온 홍전(紅專)투쟁에서 다시 사상을 뜻하는 '홍'이 실용을 상징하는 '전'을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주석 3연임 금지가 폐지됐다고 해서 시 주석의 영구집권이 보장된 건 아니다. 다만 이미 당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을 포함한 당.정.군 '삼위일체 영도구도'를 굳힌 그다. 이번에 찬성률 99.8%로 개헌안이 통과되면서 적어도 레임덕 없는 집권 2기가 보장되는 날개를 달았다. 그러니 개헌안 표결을 앞두고 시 주석을 '생불(生佛.산 부처)'로 부르며 우상화하려는 당 간부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대관식만 치르지 않았지 '시황제' 등극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소득이 늘면 필연적으로 민주화 욕구는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그리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지향점은 누가 봐도 서구식 민주공화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인지 인민들의 욕구를 반부패 캠페인과 중화민족주의로 대리만족시키려는 낌새를 보이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속죄양을 찾으면서….

그 징후는 중국이 올해 국방예산을 8.1% 늘려 1조1289억위안(약 193조원)으로 편성한 데서도 감지된다. 시 주석의 강군몽(强軍夢), 즉 2050년 세계 일류 군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뒷받침할 팽창 예산에 시동을 건 것이다. 올해 외교예산을 지난해보다 15.5% 늘린 600억위안으로 책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심찬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글로벌 패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이웃한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조짐이다. 절대권력자가 등장할 때마다 중국은 변방국을 억누르며 패권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둔다면 주변국들에 대한 중국의 비타협성은 더 커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지난 한 해 무지막지한 사드 보복이라는, 중국식 '팔뚝힘 외교'의 위력을 실감한 우리다. 자칫 시 주석의 강군몽이 언젠가 우리에게 악몽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핀란드화'(Finlandization)란 말이 뭔가. 중소 규모 국가가 아무런 지렛대 없이 늘 이웃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자국의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냉전 시기 옛 소련을 이웃에 뒀던 핀란드의 처지가 그랬다. '모진 X 옆에 있다 벼락 맞아선' 곤란하다. 우리 나름의 자구적 대응책이 절실하다.

물론 국익을 지키려면 당장 중국과 굳이 각을 세울 까닭은 없다.
하지만 그럴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어정쩡한 미.중 등거리 외교는 더 위험하다. 강군몽이 실현될 무렵 한층 세질 중국의 '완력외교'를 내다본다면 지금은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국력을 키울 때다.
중국 시장에 '올인'보다 '신남방정책'이든, '인도로 가는 길'이든 선택의 폭을 넓혀나가야 함은 불문가지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기자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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