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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역풍'.. 美 자동차업계 일자리·실적 위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3 17:33

수정 2018.03.13 17:33

美 추가관세시 파장 상당.. EU 對美투자 제한·시설이전
美자동차 철강비용 증가로 대당 가격 300弗 상승 전망
월가, GM 포드 실적 하향
'트럼프 관세 역풍'.. 美 자동차업계 일자리·실적 위협

【 워싱턴 서울=장도선 특파원 송경재 기자】 유럽 자동차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부과,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내 투자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자동차회사들의 대미(對美) 투자 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독일차 美현지고용 3만6500명

트럼프는 지난주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결정을 발표하면서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에게 협상을 통한 관세 면제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주말 펜실베이니아 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에서 수입 관세를 유럽산 자동차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그들이 무역으로 우리를 죽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메르세데스 벤츠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다. 우리는 BMW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4년 합의된 글로벌 무역협약에 따라 EU는 미국과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승용차와 트럭에 최고 한도인 10% 관세를 부과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수입 승용차에는 2.5%, 그리고 픽업 트럭과 작업용 승합차에는 25%의 관세를 적용한다.

미국 정부의 수입 자동차 관세 인상은 철강과 알루미늄을 겨냥한 표적 관세보다 한층 복잡한 사안으로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WSJ은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 현지 공장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심지어 미국의 자동차 수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독일의 대형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 BMW, 다임러의 미국과 멕시코 현지 공장은 북미시장에 공급할 자동차뿐 아니라 수출용 물량도 생산한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연합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해 미국내 공장에서 출하한 자동차는 총 76만2000대며 이중 60% 이상은 EU, 중국, 동남아시아, 멕시코, 캐나다로 수출됐다.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앨라배마, 테네시 소재 공장에 고용한 미국인 근로자들은 약 3만6500명에 달한다. 무역 전쟁 발발로 미국의 수출품에 보복 관세가 부과되고 미국산 자동차의 해외 판매가 어려워지면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내 생산 시설을 멕시코로 이전하거나, 심지어 유럽으로 다시 옮겨가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BMW의 최고경영자 하랄드 크루거는 지난주 제네바 모터쇼에서 "만일 우리가 관세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면 미국내 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차가격 대당 300弗 인상전망

독일은 2017년 미국에 총 49만4000대의 승용차와 경트럭을 미국에 수출했으며 이는 2013년에 비해 25% 줄어든 규모다. 독일의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 현지 생산 증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유럽에서 판매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지만 포드자동차의 유럽 담당 사장인 스티븐 암스트롱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제품이 시장에 맞는다면 소비자들은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 가격인상, 이로인한 자동차 업체 판매 부진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가격을 대당 300달러 가량 인상하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WSJ은 모닝스타의 분석가들이 포드자동차와 제네럴 모터스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관세 때문에 자동차 소비자 판매 가격이 1%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JD파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평균 자동차 판매 가격은 대략 3만2237달러로 집계됐다. 미 양대 자동차업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실적이 트럼프 관세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는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늘고 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관세로 인해 GM과 포드의 순익이 올해 1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고, 이날 JP모간체이스도 이같은 비관전망에 가세했다.

JP모간 애널리스트 라이언 브링크먼은 이날 포드와 GM 실적목표치를 하향조정했다.
포드의 올해 세전 이익은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없었을 때에 비해 2억달러, 내년에는 4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브링크먼은 실적 "감소폭이 시장이 현재 추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낙관론도 함께 폈다.
그는 아울러 철강, 알루미늄 관세에 따른 재료비 상승 충격을 GM과 포드가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jdsmh@fnnews.com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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