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광물자원공사를 살려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3 17:30 수정 : 2018.03.13 17:30


2008년 초 노무현정부는 지난 5년을 돌아보면서 해외 자원개발 성공 사례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을 꼽았다. 2006년 광업진흥공사(현 광물자원공사)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6년 만인 2012년 첫 생산에 성공한 뒤 2015년엔 생산량을 5만t까지 늘렸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부터 흑자가 난다. 하지만 물거품 위기다.
2013년 박근혜정부가 부실 낙인을 찍은 데다 문재인정부마저 사업 철수로 가닥을 잡아서다. 냉온탕을 오간 해외자원 개발의 대표적 사례다.

자원개발의 흑역사는 외환위기 때 시작됐다. 그나마 당시에는 달러를 구하려 알짜 자산까지 내다 팔아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쑥날쑥이다. 전임 정부의 사업은 모두 적폐로 몰았다. 해외 자원개발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앞까지 봐야 하는 프로젝트다. 돈도 많이 들고 성공 확률도 떨어진다. 확고한 의지로 '뚜벅뚜벅' 가지 않으면 성공은 언감생심이다.

광물공사의 운명이 이달 중 판가름난다. 해외자원개발혁신 태스크포스(TF)가 "광물공사를 폐지하고 유관기관과 통폐합하라"며 정부에 권고해서다. TF는 해외사업에서 추가 부실이 우려된다며 철수명령을 내린 것은 물론 해외개발 업무에서도 아예 손 떼라고 했다. 정부는 이 권고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쌓인 빚이 5조원에 달하는 광물공사를 마냥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 80개가 넘는 해외사업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광물공사의 핵심 기능인 해외 자원개발 업무를 없애고 민간에만 맡기는 게 최선인지는 신중히 따져볼 문제다. 비슷한 처지인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의 구조조정방안도 곧 나온다. 두 회사의 권고안마저 광물공사와 마찬가지로 나오면 국가 차원 해외 광물 탐사.개발의 명맥이 끊기는 셈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우리는 광물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다. 자원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인 인터넷망과 반도체 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를 갖춰도 자원이 종속되면 효과는 반감된다. 중국이 영토분쟁 때 희토류 수출을 막아 일본에 보복한 사례도 있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해외자원을 싹쓸이한다.

자원개발 노하우를 살려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북한에는 남한에 없는 마그네사이트, 인회석 등은 물론이고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이라는 희귀금속이 풍부하다. 실제 노무현정부는 북한 광물개발에 공을 들여 결실을 봤다. 광물공사가 2003년부터 개발한 황해도 정촌광산의 흑연이 2007년 11월 인천항을 통해 들어왔다. 현재 북한의 광물자원개발은 중국이 90% 가까이 독식한다.

2016년 5월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남북통일 비용이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남측은 10조달러에 이르는 북한의 광물자원을 얻어 횡재한다는 내용이다. 4월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10년 만에 해빙 무드다. 길게, 멀리 봐야 할 때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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