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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평창올림픽이 남긴 것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3 17:30

수정 2018.03.13 17:30

[여의나루] 평창올림픽이 남긴 것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자평해도 좋을 것 같다. 시작하기 전 많은 나라들이 북핵 위협을 우려해 안전 문제를 제기했고, 갑자기 닥쳐온 맹렬한 추위도 걱정거리였으며 게다가 국내의 관심 부족으로 관중 동원에도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이 모든 것을 딛고 세계적 관심과 국민적 열광 속에 마쳤으니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패럴림픽도 올림픽의 기운을 이어받아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기대한다.

평창올림픽은 직전에 치러진 소치올림픽에 비해 매우 경제적으로 치러진 대회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성공적인 셈이다. 경기장 건설 경비도 절감했지만, 특히 개.폐막식 비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이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국제적 행사의 성패는 결국 그 유산이 얼마나 잘 활용되는가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상례이다. 수많은 세계의 도시들이 올림픽을 치른 후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되고, 더 나아가 경기장을 비롯한 행사시설들을 유지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례만 보더라도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한 후 많은 지방도시 경기장들이 적자 운영을 감내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동계 스포츠가 거의 모든 사람의 레저로 자리 잡고 있는 유럽 주요 선진국과 달리 아직 그 저변이 넓지 못하고, 더욱이 이 시설들이 주요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강원도지사가 제의한 동계 아시안게임 유치는 일시적 활용도를 높이려는 고육지책으로 들린다. 좀 더 장기적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사후활용과 관련해 우리의 시각을 경기장 활용에만 한정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기실 우리나라는 많은 국제적 행사를 치르면서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었고, 이를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선진국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을 더 넓혀서 평창올림픽이 가져올 변화가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우선 평창올림픽이 열어준 남북 대화, 나아가 북·미 대화 기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아직 앞길을 예측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이런 대화의 문이 열렸다는 점 자체를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 기술적·산업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역점을 두어온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아쉽게도 기대됐던 대표적 기술들인 5세대(5G) 통신 기술, 자율자동차 기술 등은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올림픽 기간 이들 기술이 이용되는 모습을 실감하지 못했고, 개.폐막식을 장식한 드론 기술도 외국 회사의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 분야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분발해야 할 과제가 남게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적 관심이 어디로 움직였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시작하기 전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컬링 경기가 국민적 열광을 끌어낸 사실에 주목한다.
컬링에 대한 반응과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다른 동계 스포츠 종목들은 일부 젊은 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자신과는 다른 뛰어난 스포츠맨들의 전유물인 것으로 보였던 데 비해, 이 종목은 경기 내내 관중들 자신이 경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어쩌면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정책들을 추진할 때도 이제부터는 컬링 경기에서와 같이 국민 모두가 내 일처럼 참여하는 느낌을 가지게 하고, 국민의 호응을 얻어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지지 않았나 싶다.

김도훈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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