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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챙기느라 노인 '열정페이' 외면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3 17:24

수정 2018.03.13 20:43

정부 대책 젊은층에 초점.. 노인 일자리 양은 늘었지만 공익활동이 70% 차지
단가 17년간 月 7만원 올라.. 저임금·고용불안 시달려
청년 일자리 챙기느라 노인 '열정페이' 외면

정부가 일자리 대책 초점을 청년층에 맞추면서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고용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적인 취업자 수치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달리 상당수 노인들은 여전히 만성적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으로 시행되는 노인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낮은 수당을 지급하는 공익활동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더해지면서 노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총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율은 2015년 12.8%에서 2065년 42.5%로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를 기점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약 708만명)가 유소년 인구(약 675만명)를 추월한 상황이다.


이에 고령층(55~7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8년 50.7%에서 2017년 56.2%로 상승했다. 퇴직연령은 2008년 49.6세에서 2017년 49.1세로 감소세인 반면 노동시장 은퇴연령은 2000년 남성 67.1세, 여성 65.9세에서 2015년 남성 72세, 여성 71.1세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노인 빈곤율은 2016년 4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6%)의 4배에 달하는 등 노인들의 생활의 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노인 일자리 사업 지원예산을 매년 늘려가고 있다. 실제 올해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6348억원으로 지난해(4662억원)보다 36% 늘어났다. 이는 노인 일자리 수가 2017년 기준 46만7000개에서 올해 51만4000개로 4만7000개 증가한 가운데 지난해 8월부터 노인 공익활동비가 종전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인상된 결과다.

정부가 매년 노인 일자리 사업 지원을 확대하면서 양적인 측면에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 상당수가 공익활동 위주의 정부 주도 사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2017년 기준 공익활동은 전체 노인 일자리 사업의 70.3%를 차지하고 있다. 12.5%를 기록한 시장형 사업마저도 정부 보조금의 80% 이상이 인건비로 투입될 만큼 정부 의존도가 높은 사업이다.

이는 노인들의 구직 목적과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사업 참여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기초연금 최고수급액 20만6000원을 제외하면 공익활동 수당이 사실상 생계유지 수단의 전부다. 그러나 공익활동으로는 월 30만원도 채 손에 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재능나눔활동으로 지급되는 수당도 월 10만원이다.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 노인 10명 중 7명이 일을 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과 노후자금 마련을 꼽았다.

이와 달리 지난 2000년 20만원이었던 노인 활동비 단가는 지난해까지 17년간 고작 7만원 인상되는데 그쳤다. 물가인상분도 반영되지 않아 '노인 열정페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익활동수당을 월 40만원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 현실상 수당 인상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로 한정된 노인 일자리 참여대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간 일자리에서 관련 지식과 기술을 갖춘 노인들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작 수요처의 요구에 부합하는 노인들을 매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진입하지 못하는 고학력층 노인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이석원 교수는 "사업 유형의 다양화로 인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지원인력이나 예산에 대한 충분한 반영은 사업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이를 확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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