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개성∼평양 고속도로 휴게소가 궁금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2 17:00 수정 : 2018.03.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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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인가 평양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당시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농구대회가 열렸다. 류경정주영체육관은 소떼를 몰고 가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을 기리기 위해 현대그룹이 지원, 평양에 건설한 체육관이다. '류경(柳京)'은 버드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평양의 옛 이름.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평양 시내 공원에 버드나무가 많았던 것 같기는 하다.


그때 북한에서는 235㎝로 세계 최장신 리명훈 선수가 있었다. 한때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타진할 정도로 유명했다. 북한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던 선수다. 그가 만약 NBA 선수가 됐다면 미·중 간 핑퐁외교처럼 북·미 간 농구외교가 성사됐을지도 모르겠다.

농구장에 1만명 넘는 관중이 들어왔는데 남자는 인민복, 여자는 한복을 입고 마치 군인들처럼 두 줄로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채워갔다. 동원된 관중이었다.

숨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고, 시합에 앞서 축하행사로 열린 남한 가수들의 열띤 춤과 노래에도 반응이 없어 그룹 '신화' 등 우리 가수들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마치 돌부처들처럼.

현대농구단과 북한 국가대표단의 경기가 열리자 그들은 조직적으로 북한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에 왔던 북한 응원단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세상의 변화 속에 아무리 벽을 쌓고 막으려 해도 북한도 싫든 좋든 변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 시내는 깔끔했지만 밤에는 가로등이 켜지지않아 깜깜했다. 북측 안내원은 화물차도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기다려서 꽉 차야 이동할 정도로 기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이 핵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비핵화 없이 대화는 없다는 미국의 날 선 눈초리 속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특사가 오갔다. 지난주 전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고,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커졌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도 긴급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마치 하루아침에 맹추위를 보이던 날씨가 봄날로 변해버린 것처럼 급변해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어쨌든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은 물론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중요한 때마다 스포츠는 난제를 푸는 열쇠가 되는 듯하다.

그때는 개성~평양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없어서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숲속에서 볼일을 보도록 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난다.

또 개성에 천막을 치고 임시휴게소를 만들어 10달러짜리 산삼을 팔기도 했는데, 포니정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진짜 산삼일까를 놓고 짧은 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 건설된 평양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차석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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