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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협상가 문재인'의 중재외교, 美 경계 풀고 北은 문열었다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1 17:36

수정 2018.03.11 21:34

대북정책 운전석 앉은 한국
[이슈 분석] '협상가 문재인'의 중재외교, 美 경계 풀고 北은 문열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당시 대선을 닷새 앞에 둔 문재인 대선후보를 아시아판 표지모델로 삼고, 그를 '협상가(The negotiator)'라고 칭했다.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타임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합리적' 지도자일지라도 그가 북한을 통치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와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선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도 먹을 수 있다고 말한 '실용주의자'라고 했다. 그로부터 꼭 1년이 되는 오는 5월 '비합리적 지도자'와 '실용주의자'가 '협상가'의 중재로 만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개월간 협상가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가.

11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문 대통령 본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소위 '대미라인'이니 '대북 대화파' 등 특정 참모군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대통령 본인이 온전히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외교안보라인에서 '실세 참모'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과 대화 경험이 전무한 '미국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북한통' 앞에 배치한 건 이런 상황을 잘 대변하는 것이다. '대화파'들의 입김이 센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모든 판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곳을 같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곳을 같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출범 초기 트럼프 대통령과의 탄탄한 관계 설정을 우선순위에 놓고 북한과의 대화에 속도를 조절했던 것도 대통령 본인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북한부터 가야 한다"는 원로 대화파들의 주장을 뒤로하고, 두 번이나 미국을 방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정부 출범 직후부터 가령 북한과의 관계에 '1'을 공들였다면 미국과의 관계엔 '3'을 공들였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는 대북특사를 파견할 계획이 있었으나 미국부터 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곧바로 철회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압박과 제재에 동참하며, 워싱턴의 의구심을 불식해 나갔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으로, 북한으로 활동반경을 안정적으로 넓혀나갈 수 있었다.

협상가로서 문 대통령은 철저히 자세를 낮추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功)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강력히 지지해 준 덕분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 위업을 함께 달성하고 싶다" "대북특사단 활동은 남북 간의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고 밝혔던 것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BBC 방송에서 존 덜러리 연세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을 동시에 다루는 데 있어 '정직한 브로커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모든 외교시계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5월로 맞춰져 있다. 협상가에게 마지막 고비가 남은 것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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