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의료계로 확산되는 미투운동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1 16:56

수정 2018.03.11 16:56

[차장칼럼] 의료계로 확산되는 미투운동

한 달 넘게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거세다. 서지현 검사 이후 시인, 연극계 등 문화계에서 촉발된 미투운동은 정치계, 교육계 등으로 퍼지고 있다. 그동안 전 분야에 걸쳐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만연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서도 미투운동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대학병원 교수가 20년 전 여성 인턴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B대학병원 교수들은 동료 교수가 병원 직원들을 성추행한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병원은 노동집약적 서비스산업 중 하나로 의사, 간호사, 행정직 등 다양한 직종이 근무한다.
또 다양한 환자를 가까운 거리에서 접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을'이라고 할 수 있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직원까지 폭넓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이 존재할 수 있는 구조다.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나 인턴, 간호사가 대상이 될 수 있고 레지던트가 인턴이나 간호사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실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3~5월 각급 병원에 근무하는 조합원 2만8663명을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0%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1.9%, 여성이 9.5%였다. 연령별로는 20대(11.8%)와 30대(8.5%)가 많았다.

특이하게 의료계는 가해자가 환자인 경우가 71.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의사 14.1%, 환자 보호자 12.8%, 상급자 6.9% 순이었다. 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주변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등 참고 넘겼다(77.4%)'고 한다.

하지만 미투운동을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어도 여전히 피해자인 여성들은 자신을 나타내기 두려워한다. 특히 가해자가 현재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칠 경우 미투운동에 동참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미투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가해자와 약간 거리를 두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이 많았다. 실제 이윤택 연출자의 미투를 제기한 사람은 한 극단의 대표였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제기한 시인도 독립적 직업이라 할 수 있다.

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연기자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이처럼 실제 개인이 미투운동에 동참하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정치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고발한 정무비서는 후환이 두렵다며 방송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놓고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B대학병원은 교수들이 나서서 문제 제기를 했지만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해 조사가 진척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의료계 종사자들의 미투운동을 지지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정명진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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