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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늘었다? 체감할 수 없는 소득 증대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7 15:19

수정 2018.03.07 15:19

경제에서 지표와 체감 간에 격차가 있을 때 '온도차'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최근 가계소득 지표를 두고 온도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실질가계소득 9분기 만에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났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표의 개선에도 체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는 개선된 지표가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계소득이 개선됐지만 근로소득의 경우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 중에 있다. 대신 재산소득이나 이자소득 등에서 큰 개선이 이뤄졌다. 아울러 늘어난 가계부채의 영향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개선된 소득을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근로소득은 이번에도 줄어
7일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상승 등을 고려한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4·4분기 실질 근로소득은 284만5000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0.6% 줄었다. 가계의 실질 근로소득은 지난 2016년 4·4분기 1.1% 감소를 시작으로 5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가계의 근로소득이 줄고 있는 상황에도 지난해 4·4분기 가계의 실질 소득이 1.6%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근로소득 이외에 소득을 구성하는 △사업체를 운영하여 얻은 '사업소득' △소유한 재산을 타인이 사용한 대가로 받은 '재산소득' △정부, 비영리단체, 다른 가구에서 이전받은 '이전소득'이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4·4분기 사업소득과 재산소득, 이전소득 증가율은 각각 6.9%, 7.9%, 8.5%를 기록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 이외에는 특별한 수익이 없는 이른바 '월급쟁이'라면 지난해 4·4분기 자신의 소득이 개선되기 보다는 줄었다고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근로소득은 감소하고 이외의 소득이 늘어나는 현상은 지난해 계속 이어졌다. 예컨대 지난해 분기별 재산소득을 보면 지난해 1·4분기 12.9% 늘어났고 이어 2·4분기 10.8%, 3·4분기에는 31.4%가 늘어났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관련 수익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근로소득 내에서도 소득별로 차이가 컸다. 저소득층 위주로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 기준으로 보면 소득 하위 20% 1분위 계층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근로소득이 20.7% 늘어났다. 반면 다른 소득 계층은 역성장을 하거나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금리 올라 '이자비용' 늘어
체감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다른 이유로는 이자비용도 있다.

가계의 실질이자비용 부담은 지난 2012년 4·4분기 이후 지속 감소세를 이어왔다. 한국은행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은 줄어왔다.

이 같은 흐름이 바뀐 것이 지난해 4·4분기다. 가계의 실질 이자비용은 지난해 4·4분기는 6.1% 늘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지난해 11월이었다. 전후로 해서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금리를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부담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자비용 지난해 4·4분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배경에는 급증한 가계부채의 영향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 규모는 1450조9000억원이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4·4분기 이후 최대치다. 가계의 이자비용이 감소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말 963조8000억과 비교하면 50.5%가 늘어났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것으로 가계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지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해 주가나 부동산 등 자산이 오르면서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금리가 오르니 중산층·중하층 중에서 아파트 구입한 계층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효과는 지표로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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