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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먹구름 몰려온다" 수출기업 사업궤도 전면수정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6 17:26

수정 2018.03.06 17:26

삼성.현대차.SK.LG 등 1분기 실적 타격 예상
경영계획 재검토 돌입하고 수출 다변화 등 자구책 찾기..美.中 로비활동도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전 세계 무역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한국의 대표 수출기업들을 덮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올 1.4분기 실적이 목표치를 미달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들은 연초 수립한 올해 경영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수출 다변화, 미.중 로비활동 강화 등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가전, 철강, 태양광, 석유화학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통상규제 강화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 수출전선에 타격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구본준 LG 부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내외 사업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계열사들의 1.4분기 실적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구 부회장은 "이 같은 환경에서 단위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따른 사업별 기회와 위협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에 대한 유효성 점검이 필요하다"며 올 사업계획의 전면적 재검토를 당부했다.


특히 그는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우위 사업의 경우 기존 성공 체험을 기반으로 제2의 '시그니처 가전' 또는 제2의 '후' '숨'과 같은 LG만의 성공방식을 확대해 확고한 시장 지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 부회장은 "부진한 사업은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사업방식을 철저하게 바꾸고 신속한 전략적 변화와 궤도 수정을 통해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탁기 등 가전분야 반덤핑 규제와 스마트폰 및 반도체 기술특허 분쟁이 잇따른 삼성은 미국 정치권 등을 대상으로 로비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조사 전문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현지 법인, 로펌 등을 통해 총 350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164만달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의 168만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삼성은 과거에는 주로 특허.상표권.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로비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무역관련 사안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지난 5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트럼프 정부의 이른바 '관세폭탄' 움직임에 대해 "당장 (디스플레이산업에) 이슈가 있지는 않지만 걱정이 많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회원사들 의견을 수렴해 필요하다면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딥체인지(근본혁신)라는 고강도 신경영철학을 추진 중인 SK는 반도체 분야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통상압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협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최근 (미국의) 통상 문제나 중국의 반도체산업 진출 뉴스들이 나오는 걸 보면 올해도 마음 편히 사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반도체산업의) 전반적 전망은 좋지만 하반기는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대한국 무역적자의 핵심으로 꼽은 자동차분야를 이끄는 현대차는 미국법인의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올 신년 메시지를 통해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미래기술 혁신 가속화와 경쟁 심화로 자동차산업도 급변하고 있다"며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 권역을 시작으로 권역별 생산·판매 통합운영 체제를 갖춰 현지 중심의 의사결정을 강화한다. 권역별 자율경영 시스템은 글로벌 주요 시장별로 권역본부가 출범하는 방식으로 상품 운용, 현지 시장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운영해 현장의 권한을 크게 높인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북미와 인도, 기아차가 북미를 시작으로 권역별 자율경영 시스템을 점차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태양광업체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조치에 따라 수출다변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 편중에서 벗어나 유럽이나 일본 등 최근 태양광 발전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 미국 수출이 줄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이달 초 열린 일본 최대 태양광 전시회 'PV EXPO 2018'에 최대 규모로 참가한 한화큐셀이 대표적이다.
한화큐셀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을 맞은 철강업계는 업계 차원의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철강협회장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한.미 통상문제와 관련해서 통상담당 임원급 협의체를 활성화하는 등 철강협회가 중심이 돼 적극 대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김경민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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