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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유기묘는 마음 열지 않는다고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마음으로 답해줍니다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8:00

수정 2018.03.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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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아픔 딛고 유기묘 입양한 박선영씨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유기묘는 마음 열지 않는다고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마음으로 답해줍니다

입양 당시 겁에 질려 있던 ‘다지’
입양 당시 겁에 질려 있던 ‘다지’

입양 후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다지’
입양 후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다지’

유기묘를 입양한 박씨는 사실 고양이를 두 번 다시 기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3년전 입양했던 고양이 '하지'가 한달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박씨는 "애교스럽고 활달한 성격의 하지와 짧은 기간 동안 많이 정들었는데 급성 면역매개 용혈성 빈혈로 세상을 떠났다"며 "더욱 힘들었던 것은 당시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하지의 아픈 증세를 빨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가 세상을 떠난 후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저분한 화장실, 민트색으로 염색된 꼬리, 털에 깊게 벤 담배냄새 등이 떠올랐다"며 "전주인이 치료비 때문에 포기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을 만큼 무지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펫로스로 한동안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었다. 그런 박씨는 우연히 폐업하는 펫숍에서 유기묘를 만나 입양까지 하게 됐다.
그는 "약속장소로 이동 중에 한 펫숍이 망하면서 반려동물들을 '떨이'로 판매하는 광경을 목격했다"며 "펫숍에서 유기묘와 길고양들을 데리고 방치와 학대를 일삼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그 중 한 마리와 특별한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입양한 고양이에게 지혜가 많은 아이로 자라길 바라며 '다지(多智)'라고 이름지었다.

■"학대받던 유기묘, 새로운 삶을 찾다"

박씨는 당시 펫숍에서 목격한 많은 고양이들 중 한 다지에게 유독 마음이 갔다. 가장 오랫동안 그곳에 방치돼 학대까지 당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다지는 품종묘인 렉돌로 숍에서 비싸게 판매됐지만 털의 무늬가 한쪽에만 나타나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1년이 채 안돼 주인에게서 버림받았다"며 "당시 주인이 다지를 구매했던 펫숍에 유기했고 펫숍에서는 다지를 구석진 곳에 방치하고 학대했다"고 전했다.

좁은 상자 안에서 겁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던 다지는 화장실과 음식 그릇이 구분이 안될 만큼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고양이에 대한 무지함으로 하지를 떠나 보낸 박씨는 다지를 보호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씨 가족은 학대받던 다지를 사랑으로 감싸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피부병과 설사를 고치기 위한 병원치료는 물론 폐쇄공포증 진단을 받은 다지를 위해 방문 닫지 않기, 전등불 켜고 생활하기 등 작은 규칙들을 만들었다"며 "다지는 우리 가족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지 입양후 가족간 화합도 좋아져"

다지가 온 후 집안 분위기도 좋아졌다. 박씨는 "다지로 인한 불편함도 없진 않았지만 함께 아이를 돌보고 이해하면서 가족간의 화합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방문을 닫지 않으니 가족과의 소통이 늘었고 아이가 성장하고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며 가족들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여 펫로스로 어두웠던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웃었다.

그는 "다지의 아픔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 누군가를 말없이 꾸준히 지지하고 기다려 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씨는 많은 사람들이 유기묘나 성묘를 입양하면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간 생명은 마음으로 답해 준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성묘를 입양할 경우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장점이 많다"며 "성묘의 경우 어린 고양이와 달리 기본적인 앞가림을 하는 것은 물론 기본 접종이 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은 일반 반려묘들과 다르지 않다"며 "그들을 유기묘로 만든 것은 사람이고 그들을 다르게 보는 것도 사람들의 편견일 뿐"라고 재차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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