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보유세가 성공하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7:14 수정 : 2018.03.05 17:14

다주택 보유 억제에 초점 맞춰야..투기억제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의욕이 지나치면 탈 날 수밖에




보유세 인상 논쟁이 다시 뜨겁다. 청와대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재정개혁 특위를 만들어 상반기 중에 인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상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다. 종부세를 지금보다 무겁게 물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두 가지 목표가 뒤섞여 있다.
하나는 주택보유 형평성을 높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투기를 잡자는 것이다. 전자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둬 한 채도 못 가진 사람을 위한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부세는 참여정부 시절 도입돼 2005년 첫 과세가 이뤄졌다. 2008년에는 헌법재판소로부터 부부합산 과세방식이 위헌판결을 받았다. 이후 세금 징수액이 줄었지만 과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의 운영 경험과 축적된 통계를 활용해 종부세 논쟁을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2006년은 '8.31 대책'이 발표된 이듬해로 종부세가 위세를 더해가던 시기다. 그해 전국 부동산부자 상위 1%(11만5000명)가 소유한 주택은 37만채로 1인당 평균 3.2채였다. 이후 2008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로 종부세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다주택 보유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 부동산부자 상위 1%(13만9000명)가 소유한 주택이 90만채로 1인당 평균 6.5채(총 90만6000채)로 늘었다. 9년 동안 상위 1%에 드는 사람 수는 20%가 늘었을 뿐인데 그들이 보유한 전체 주택 수는 2.4배, 1인당 평균 주택 수는 2배로 각각 늘었다. 종부세가 무력화되면서 주택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부세가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에 얼마나 효과적 정책수단이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참여정부를 이끈 노무현 대통령은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던 2005년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8.31대책을 통해 종부세를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2005년 4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종부세 징수액은 2006년에 3배(1조3000억원), 2007년에는 6배(2조4000억원)로 불어났다. 집값은 잡혔을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8.31대책이 나온 이듬해인 2006년에 전국 집값 상승률은 이전 3년의 평균치보다 5배 가까이 높아졌다. 종부세가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논쟁이 논쟁으로 그치면 아무 의미도 없다. 바람직한 결론 도출로 이어지려면 객관적 검증에 기초해야 한다.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 간 진영논리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여정부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여당이 신중해진 것은 틀림없으나 종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맹신하는 경향은 여전한 것 같다. 세금폭탄으로 몰아붙이는 야당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재정개혁 특위의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걱정이 앞선다. 8.31대책 때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권은 당초 다주택 보유자만 중과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고가 1주택자도 포함하는 쪽으로 말이 달라지고 있다. 개혁의 판을 벌여 놓으면 강경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그러나 강하면 부러지기도 쉽다. 의욕이 넘쳐서 탈이 난 것이 노무현정부 종부세였음을 기억하자.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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