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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이라크 재건과 한국의 노하우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4 17:04

수정 2018.03.06 09:36

[차관칼럼] 이라크 재건과 한국의 노하우

지난 2월 14일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장관급 국제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는 공동 주최자인 쿠웨이트의 알사바 국왕과 이라크의 아바디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유럽연합의 모게리니 외교안보고위대표 등은 물론 60여개국 장관급 인사와 30여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 이라크 재건회의에 이렇게 많은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이라크전으로 사담 후세인이 축출됐지만 국내정세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라크는 2014년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로 제2도시인 모술이 점령되는 등 혼란이 가중돼 왔다.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지난 4년간 이라크 주요 도시를 점령했던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은 이제 격퇴됐지만, 이라크의 지속적 안정을 위해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포함하는 성공적인 이라크 재건이 긴요하다는 점에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라크 정부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라크 재건에 향후 10년간 882억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2016년도 이라크 국내총생산(GDP) 1715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총 300억달러 규모의 대이라크 재건 지원을 약속했다. 필자는 우리 정부의 수석대표로서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이라크에 대한 개발협력 사업에 1145만달러, 인도적 지원으로 1000만달러 등 총 2145만달러를 기여할 것이며, 이 중 500만달러는 병원, 학교, 전기 등 공공인프라 복구를 위한 이라크 안정화 기금에 제공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로써 1997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이라크 개발협력 지원은 4억7909만달러, 인도적 지원은 3894만달러에 이른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이라크가 겪고 있는 고난과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라크전 이후 평화재건부대로 2004년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부대가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에 기여한 사례도 있다. 필자는 2006년 지방 재건방안 협의를 위해 이라크를 방문한 경험이 있어 이번 재건회의에 참석하는 감회가 남달랐다.

이라크는 우리 기업과도 인연이 깊다. 양국이 1989년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이전인 1977년부터 우리 기업은 이라크에 진출해 왔다. 걸프전, 이라크전 등 어려운 시기에도 건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이라크 재건에 참여했다. 이라크에서 우리 기업의 건설프로젝트 수주 누계는 400억달러를 돌파했고, 이라크에서 우리 기업의 위상은 매우 높다. 2015년 10월 홍수가 이라크 전역을 휩쓸었을 때도 우리 업체가 시공 중이던 아파트 단지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이라크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돼 우리 기업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등 종교와 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평화와 공존 그리고 재건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라크는 국제사회에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공할 잠재력이 크다.
인류 최고(最古)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룩했던 자존심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앞에 다시 일어서려는 이라크의 미래가 기대된다. 지난 30년간의 한.이라크 관계는'어려울 때 함께했던 진정한 친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30년 지기인 한국과 이라크가 작년 말부터 안정을 찾기 시작한 이라크의 재건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함으로써 서로의 발전에 기여해 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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