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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 임박… 통상압박·저물가에 발묶인 韓銀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4 16:50

수정 2018.03.04 16:50

이주열 '통화정책' 속도낼까.. 美 3월 기준금리 인상 확실
올해 4차례 인상 전망에 외국자금 이탈 현실화될듯
트럼프 무역전쟁 장기화 조짐.. 당장 올 3%대 경제성장 차질.. 낮은 물가상승률도 발목잡아
한·미 금리 역전 임박… 통상압박·저물가에 발묶인 韓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그동안 "완화 정도 축소는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한 바 있다. 당분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미국과의 금리 역전 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인상 압박이 클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에서는 대외변수 등을 감안했을 때 5월 금리인상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4년에 이어 앞으로 4년 동안 한은을 이끄는 이 총재 앞에는 미국의 통상압박과 낮은 물가상승률 등이 상당한 난제로 분류된다. 정부와 정책 공조를 지속하면서도 어떻게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유지할지도 과제다.


■통화정책 정상화, 빨라질까

4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새 한은 총재의 가장 큰 고민은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역전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달라진다.

미국은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국 기준금리는 1.50% 수준으로 동일하다. 전망대로라면 한·미 금리는 지난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에 역전된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는 등 금융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리인상 압박 요인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신중한 결정'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인상과 연계해서 한국은행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 방향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포함해 경기, 물가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5월 또는 지방선거 이후인 7월께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관심사는 한은이 올 하반기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느냐다.

미국이 기존 전망(3차례)과 달리 올해 4차례 인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금리 역전이 단기에 그치고 격차도 크지 않다면 문제가 없지만 미국의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국내 외국자금 이탈에 의한 금융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 금리인상을 단행했을 때 우려되는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 증대도 부담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선제적 대응보다는 미국 움직임과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한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는 "한은이 금리를 연내 두 차례 정도 올리려면 경기상황이나 물가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하반기에는 미국이 몇 차례 인상을 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인상에 나서 양국 간 격차가 벌어지면 한은도 올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물가 풀려야

경제적 측면에서 연임하는 이 총재의 올해 고민은 통상과 물가다.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가 장기간 계속되면 올해 경제성장 3% 달성에 적신호가 켜진다. 이 총재도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됐고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이 확대되고 있어서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의 걸림돌이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보면 지난해 10월 1.8%, 11월 1.3%, 12월 1.5%, 1월 1.0%에 그치는 등 목표치(2%)에 미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연간으로 봐도 물가상승률 전망이 1.7%에 그칠 전망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3% 성장을 기대했는데 경기흐름을 보면 기대감을 더 높일 요인이 많지 않다"며 "미국과의 무역분쟁이나 낮은 물가상승률을 등을 보면 하반기에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들은 한은과 정부가 공조를 통해서 해결해야 된다.
가령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돈을 풀었을 때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지난 2일 연임 소감 발표 자리에서 "한은 총재 연임의 의미는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그 역할의 중요성이 인정받은 것"이라며 한은의 독립성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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