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SKY' 가면 '장학금'...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1 14:10

수정 2018.03.01 14:10

경북 김천시인재양성재단이 올 2월 낸 장학생 선발 공고. 일부 대학 학생들에 한해 진학우수장학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북 김천시인재양성재단이 올 2월 낸 장학생 선발 공고. 일부 대학 학생들에 한해 진학우수장학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장학재단에서 특정 상위권 대학생들에게 명문대 장학금을 줘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인재를 양성, 장려한다는 목적이지만 이른바 SKY(서울·연세·고려대) 등 일부 대학생만 지역 인재로 선정, 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대학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인재배출 관행vs학벌 조장
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일선 지자체들은 3월 대학 개강을 맞아 신입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장학 사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지자체의 출연금과 매해 기탁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장학재단이 사업을 맡고 있다.


저소득, 성적우수, 다자녀 장학금 등 여러 항목 가운데 논란이 되는 것은 명문대 장학금 분야다. 특정 대학 학생들만 신청이 가능한데다 다른 장학 분야에 비해 지급액이 많기 때문이다.

경북 김천시가 출연해 매년 10억원 가량을 기탁하는 김천인재양성재단은 2월 장학생 선발공고를 냈다. 공고에 따르면 서울대, 연·고대, 카이스트, 포스텍 및 의·한의과계열 입학생들은 ‘진학우수장학’에 지원할 수 있고 1인당 300만원이 지급된다. 반면 저소득층 신입생은 최대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전남 강진군이 출연해 매년 기탁금을 내는 강진군민장학재단은 서울·연고대, 이화여대 및 의대 입학생 등을 대상으로 해마다 300만원(총 20명)을 주는 명문대 장학금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재단은 다문화, 한부모 가정 등 사회 약자 계층에 책정된 장학금액의 2배 가량을 상반기 명문대 장학금으로 책정했다. 충북 괴산군 장학회는 전국 40여개 대학과 학과 순위를 나눠 지급 기간을 최대 4~1년까지 차등해 매년 600만원을 주는 명문대 장학금을 운영중이다. 서울 중랑구청은 매년 관내에서 상위 10개 대학 입학생에게 장려 목적으로 200만원을 지급하면서 올해도 명문대 장학금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자체들은 관내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진학 장려 차원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명문대를 많이 갈수록 해당 지역의 학습 환경이 좋다는 것을 뜻하고 (명문대 진학률이) 지자체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의미로 장려금 차원의 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재 배출이 어려운 지방 도시에서 장려금 차원에서 명문대 입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며 “특히 지방에서는 지역 인재를 1명이라도 더 배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 괴산군 장학회는 전국 40여개 대학과 학과 순위를 나눠 지급 기간을 최대 4~1년까지 차등해 매년 600만원을 주는 명문대 장학금을 운영중이다.
충북 괴산군 장학회는 전국 40여개 대학과 학과 순위를 나눠 지급 기간을 최대 4~1년까지 차등해 매년 600만원을 주는 명문대 장학금을 운영중이다.

교육계 복지 장학금 확대 추세
그러나 명문대 장학금이 학벌 사회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특정 명문대가 전국 대학 순위와 수능 입시결과를 토대로 줄세우기 식으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강원 정선장학회는 2016년 차별 논란으로 명문대 장학금 항목을 폐지하고 저소득층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데 활용했으며 전남 여수시 역시 과거 서울대 입학생에게 1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려다 같은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또 장학금이 장려 목적보다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약자 계층에 쓰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보통의 학생들에게 소외감과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며 “한정된 장학금을 저소득층 등 꼭 필요한 대상자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게 목적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대학가는 장려 목적의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고 복지 장학금을 늘리는 추세다.
고려대는 2016년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34억원 가량의 예산을 저소득층 장학금, 학생자치 장학금 등에 배분했으며 서강대는 올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했다.

국가장학금을 관장하는 교육부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급액을 확대하고 성적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저소득층 중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 국가 우수장학생으로 선발돼 전공별로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사회 약자층은 국가장학금 지급 성적 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했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을 확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경제적 여건과 관계 없이 고등교육제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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