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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애니가 新한류 이끈다] 영미도 킴부탱도 크라머도 좋아할 국경없는 K애니 콘텐츠 만들어내야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9:34

수정 2018.02.27 09:45

(下) 넥스트 한류는 ‘K애니’

로봇트레인
로봇트레인

레인보우 루비
레인보우 루비


애니메이션은 동심이 기반이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지난 1995년 '토이스토리'를 보고 자랐던 세대가 2010년 개봉한 '토이스토리3'을 보러 극장을 찾은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애니메이션 팬으로 남는다. 디즈니코리아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30대 성인남녀가 가장 그리워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였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이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경 없는 콘텐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유아부터 성인까지'…세대 관통하는 스토리텔링 필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동심을 그리면서도 성인들이 즐기기에도 손색 없는 수준의 이야기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부터 전문적인 스토리텔링 개발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너의 이름은', '코코', '인사이드 아웃', '토이스토리' 등은 어린이를 포함해 중장년층의 새로운 관람객 확보에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재패니메이션'이라고 불릴 만큼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을 보자. 타깃층을 영유아로 한정 짓지 않고 '실사를 담은 영화에 비해 야심적인 도전을 할 수 있는 장르'로 구분한 것이 애니메이션 시장을 키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2015년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 비중이 아동.가족 대상 애니메이션 비중을 뛰어넘었다. 미국은 이미 특정 관객층을 겨냥하기보다 가족 단위의 관람을 통한 흥행수입 증대를 목표로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확장된 스토리라인과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유명 인기 팝송을 애니메이션 소스로 활용하는 등의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유아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국내 애니메이션은 수년간 타깃 확장에 실패해왔다. 저출산 기조로 유아 인구가 부족해지면 업계 혼란은 불보듯 뻔한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키덜트(Kid+Adult) 시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대에서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 1조원대를 넘어섰다. 아이들의 취미로만 여겨지던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장난감, 게임, 캐릭터 등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아 미래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내 콘텐츠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경 없는 콘텐츠 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관련 업계가 K-애니메이션의 글로벌화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가장 활발하게 대응하는 곳은 곳은 CJ E&M이다. CJ E&M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 투자를 진행해왔다. 자체 제작 콘텐츠인 '레인보우 루비'는 유럽, 아시아 등 해외 30여개 채널과 배급계약을 체결했고, 캐나다를 포함한 10개 채널에서 이미 방송됐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반응도 좋아 폴란드 미니미니플러스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했고, 핀란드 국영방송 YLE에서도 시청점유율 39%를 꿰찼다. 올해는 브라질 3대 방송국 SBT 및 남미의 케이블채널 디스커버리 키즈와 계약을 완료해 2.4분기에는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로 방영될 예정이다.

변신 로봇 이야기를 그린 '로봇트레인'도 프랑스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로봇트레인'은 지난해 글로벌 유명 완구사 실버릿과 함께 프랑스, 러시아, 홍콩에서 완구를 출시하며 글로벌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또 국내 콘텐츠 전문 기업 레드로버와 캐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툰박스엔터테인먼트가 협력해 만든 애니메이션 '넛잡2'(2017년)는 한국 업체가 만든 영화 중 미국 내 가장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영세성으로 기획단계에서 구체적인 매출이나 부가사업 전망 등을 포함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다. 잘 만들어진 킬러 콘텐츠는 완구나 게임 등 부가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원천 콘텐츠의 수익을 넘어서게 마련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런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월트디즈니는 완구 산업부터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전 사업군을 아우르는 스튜디오 구축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구사인 마텔과 해즈브로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인수하며 콘텐츠 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전 세계를 휩쓸었던 '텔레토비'의 제작사인 캐나다의 DHX미디어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비롯한 캐릭터 라이선싱 업체들을 인수하며 스튜디오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과 같이 부가산업 시장이 자체 콘텐츠 시장보다 규모가 크거나 성장 한계가 명확한 시장일 경우, 원스톱형 사업 및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관장할 수 있는 사업자가 생겨나지 않는 한 시장 사이즈 구축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런 상황에서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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