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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 장병 외출·외박 지역제한 폐지 검토 ..지역 상인 "생존 위협"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7:49

수정 2018.02.25 21:14

부대 주변상권 바가지 관행 줄일 계기…상인들은 "생존 위협"
국방부, 군 장병 외출·외박 지역제한 폐지 추진
제한지역 외출밖에 허용안돼 식당.숙박시설 '호갱' 취급
장병들은 폐지 환영 분위기
남북관계 여전히 휴전상태..비상소집 힘들다 반대 의견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 장병 외출·외박 지역제한 폐지 검토 ..지역 상인 "생존 위협"


국방부가 최근 장병들의 '외출.외박 지역제한 폐지' 검토를 밝히자 군 장병들의 소비패턴에 크게 의존하는 군부대 인근지역 상인들은 '지역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휘관은 이른바 위수지역 밖에까지 외출 외박을 허용하면 비상사태 시 즉각 소집의 어려움과 장거리 출타로 인한 사고위험 등을 우려했다.

그러나 군 장병 상당수는 부대 주변 편의시설 부족과 상대적으로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역 시설만 이용해야 하는 부담에서 탈피할 수 있다면서 반기는 분위기다.

■군 인권 보호냐 vs. 군 편의주의 옹호냐

강원 지역 부대에서 지휘관으로 근무했던 위관 장교는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군인들이 지역상인들의 '봉'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교통발달로 군 부대가 밀집한 강원도에서 수도권 접근이 원활해졌고, 장병들의 소비도 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지역제한 폐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해당 장교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농번기에도 군인들은 지역민을 위해 대민지원을 펼치지만 군 장병들 사이에선 지역제한 제도로 인해 비싸도 부대 인근에서 외출 외박을 해야 하는, 이른바 '군 장병 호갱' 행태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역제한 폐지로 인해 군인 특성상 비상사태 발생 시 즉각 소집이 어렵거나 사고위험성이 증가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미 휴일만으로 휴가신청이 가능하므로 굳이 위수지역 제도를 폐지할 필요는 없고, 지역은 지역개념이 아니라 시간 개념이기 때문에 폐지 명분이 적다는 주장이다.

남북관계 특성상 여전히 북한과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인 데다 언제든 대남 도발이 일어날 수 있는 비상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군이 너무 편의 위주로 가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군 장병 중 상당수는 지역제한 제도로 인해 일부 편의시설에서 '바가지 상흔'이 사라지지 않아 주머니가 가벼운 장병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강원 지역 부대에서 병장으로 전역한 K씨는 "치킨집, PC방, 숙박시설을 포함한 '군장병 전용 복지시설'에 대해서도 지역 상인들과 지방자치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며 "지역의 바가지 관행을 복지시설 설치로는 깨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상권, 생존위협 주장…상생방안 절실

지난 2015년 2월 강원도의회는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군장병 전용 복지시설'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도의회 접경지역발전특위는 '군장병 전용 복지시설 건립 반대 건의안'을 의결했다.

특위는 건의안을 통해 "국방부가 단 한 번의 주민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군장병 전용복지시설 건립계획에 대해 접경지역 주민과 도의회는 우려와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군부대와 접경지역 주민의 상생과 화합을 위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군장병 전용 복지시설 건립 시 지역 상권의 생존 자체가 크게 위협을 받고, 주민과 군간 위화감만 조성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역상권의 바가지 상흔에 대한 군 내부 불만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다른 한 전역자는 "군부대와 접경지역 주민의 상생 화합이라고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군인 요금표(바가지 요금)'는 다시 고개를 든다"고 강조했다.

군 장병들이 외출.외박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설은 PC방이다. 강원 지역 부대 인근의 요금은 비회원 기준 시간당 2000원으로, 서울 강남지역 수준에 육박한다는 지적이다.

3개 사단과 1개 여단이 몰려 있는 강원지역 한 지자체의 경우 군 장병 사이에서 '바가지 숙박비'로 악명이 높다.


젊은 장병들이 애용하는 치킨.피자집, 당구장과 PC방이 몰린 시내의 숙박업소 주말 요금은 평일 대비 2배로 뛰어올라 군 장병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지자체는 이전에도 바가지 숙박요금 근절을 외쳤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군 장병들의 항변이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군 장병들에 대한 위수지역 폐지는 지역상권을 말살시킬 것"이라며 "지역 상권과 군이 윈윈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먼저 수립한 뒤 위수지역 폐지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해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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