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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김영철을 보내면 꼭 받아야만 하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7:18

수정 2018.02.25 17:18

[여의나루] 김영철을 보내면 꼭 받아야만 하나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김영철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계기 방남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는 IOC가 특별히 배려한 몫까지 합하여도 20여명인데 대표단, 예술단, 응원단 등 수많은 북한 사람이 왔고 거기에 악명 높은 만경봉호까지 동원되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주최한 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부의 수용과 환대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휴전 이후 가장 심각한 도발의 주모자로 지목받는 김영철이 우리 땅을 밟겠다니 환영은 고사하고 가만히 있으면 이상한 일이 됐다.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대화의 불씨를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해 보이고, 반면 지난 세월 북한과의 대화가 북측의 시간 벌기와 기만술에 불과했다는 대화 무용론, 특히 북한의 핵무장이 완성 단계에 와 있는 지금 비핵화를 배제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강한 공감을 얻고 있다. 북측은 남한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더 조여오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숨통을 터보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대화를 하더라도 비핵화는 논할 수 없다고 공언해오고 있다. 그래서 평창 이후 한반도의 기류가 정말 어떻게 흘러갈지에 지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서 두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북한은 왜 하필 김영철을 보내려 했을까. 그리고 북한이 보내면 우리는 군소리 없이 받아야 하는 건가. 먼저 김영철이 우리와 통일문제를 협의한다면 그의 직책상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남북한 간에는 아직 통일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만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볼 수 없다. 김여정 등이 개막식 계기로 다녀갔지만 그것으로 남북한 간 해빙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올림픽 폐막식 참석은 그 계기에 이런저런 대화를 가질 수는 있겠으나 그것을 회담이라 할 수 없고, 친선방문이라 하더라도 멀지 않은 과거에 패악을 저질렀던 사람을 친선이라는 이름으로 수락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과거의 일을 사죄하러 오는 진사 사절은 더욱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 사람을 보내겠다는 데는 북측의 오만함이 그대로 묻어 있다고 본다. 둘째, 북한이 누구든 보내면 우리는 받아야만 하는가. 논객들 중에는 남북한 간의 대화를 계속할 필요성에 비춰 대승적 차원에서 북측 제의를 수용하자는 의견을 내면서 국가 또는 정부 간에 상대방이 특정인을 보내겠다고 할 경우 타방은 이를 그대로 수락하는 것이 상례인 양 주장하는 발언들이 있었다. 틀린 말이다. 국가 간 사절의 파견과 접수의 가장 흔한 예가 대사의 파견·접수다. 대사를 인선해 상대국에 파견하겠다고 알려오면 통상의 경우 아그레망(합의 또는 수락을 뜻하는 불어)을 부여함으로써 접수 의사를 표시한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그레망을 주지 않음으로써 접수를 거부할 수 있다. 또한 부임해 근무 중인 외교사절이 묵과할 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면 PNG(Persona Non Grata), 즉 '기피인물'임을 들어 추방할 수 있다.
접수거부 또는 추방의 경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낙인만으로 이유는 성립된다.

과거 한때 그가 북측 대표로서 우리 측과 회담에 나섰던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접수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올림픽 폐막식에 오는 사람이 회담 대표일 수 없다.
또한 김영철은 유엔의 제재대상 인물로서 국제적으로 기피인물이 돼있다.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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