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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웨이, 美 견제 뚫고 글로벌 약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7:04

수정 2018.02.25 17:04

美과 정보공유시스템 갖춘 英.캐나다 등 주요 동맹국 장비사용에 별도 제약 안둬
화웨이, 美이외 지역서 돌풍.. 글로벌 통신장비부문에선 에릭슨.노키아 제치고 1위
中 화웨이, 美 견제 뚫고 글로벌 약진

中 화웨이, 美 견제 뚫고 글로벌 약진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동맹국들에서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업체 화웨이가 약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5개의 눈(Five Eyes)' 프로그램 운용국인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모두 화웨이 장비를 별다른 제재없이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전세계를 상대로 통신감청 등 스파이 활동을 하는 미국의 정보운용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중국 정부가 스파이 활동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이용할 것이라는 의심으로 AT&T 같은 대형 통신사들은 사실상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미 동맹국들에서는 화웨이의 시장 장악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화웨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의 '맹방' 영국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달초 중국 방문 길에 화웨이 회장을 베이징에서 만났고, 며칠 뒤 화웨이는 향후 5년간 영국에 30억파운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주요 기업들이 영국 투자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대규모 투자계획이다.


영국은 화웨이의 서구 공략 전초기지나 다름없다.

주요 유럽국가 가운데 영국이 처음으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받아들여 화웨이의 유럽시장 진입 물꼬를 터줬다. 2005년 화웨이는 영국 통신업체 브리티시텔레콤(BT)으로부터 통신스위치 등을 포함한 통신 인프라스트럭처를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따내면서 영국 시장에 안착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영국 정보부에서 이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지만 민간기업의 일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계약은 차질없이 진행됐다.

현재 영국 양대 통신업체인 BT와 보다폰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고 있다.

현재 화웨이는 영국에서 직원 약 1500명이 근무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에딘버러대와 데이터관리, 데이터 프로세싱 연구를 위한 공동랩도 설립했다.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2012년 미 의회가 보고서에서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요인으로 낙인찍고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스파이활동을 하거나 통신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AT&T 같은 대형 통신사들은 화웨이 장비를 들여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소규모 통신사들이나 겨우 화웨이를 이용하는 정도다.

그러나 미국 이외 지역에서 화웨이는 대세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세계 3위 업체이고, 스위치.라우터 등 통신장비 부문에서는 에릭슨, 노키아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장비업체가 됐다.

특히 통신사들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5세대(5G) 통신시장에서 화웨이는 독보적인 세계 1위 장비업체이다.

한편 화웨이는 자체 비용으로 영국에 연구시설을 만들어 자사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영 정보당국에 확인시키고 있다. 화웨이는 영 정보당국이 우려를 제기한 1년 뒤인 2010년 잉글랜드 밴버리에 검사 연구소를 만들어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이 연구소에는 약 30명의 화웨이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이들은 화웨이 장비를 모두 분해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설을 점검한다. 운영비, 직원 경비 등은 모두 화웨이가 담당하는 대신 주로 영국 정보,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활동을 감독한다.
이사회에는 화웨이 대표 3명도 참석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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