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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외교안보 전략] 한·미, 대화와 압박 '투트랙 전략'으로 북한 끌어낸다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6:58

수정 2018.02.25 21:04

정부, 한.미 압박공조에서 대화.협상의 시기로 전환
美, 대북 대화파 입지 커져..대화 상정한 압박전략 구사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안내를 받으며 25일 오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안내를 받으며 25일 오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는 따로 갈 수 없다.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살려나가야 한다."(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전략'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자리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지난 23일 청와대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평창올림픽 폐회식 미국 대표단 단장) 간 본관 접견실에서의 대화 내용이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 카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 패'를 던진 것이다. 미국도 압박을 위한 압박이 아닌 '대화를 위한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대화로 견인하고, 미국이 압박으로 대화로 몰아가는 '투트랙 구조'가 북.미 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美 외교안보라인 강경.온건 주도권 싸움 주목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입장은 문 대통령 취임 후 9개월간 미국과 대북 압박공조의 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대화와 협상'의 시기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결국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이 제일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격인 이방카 보좌관에게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남북대화가 별도로 갈 수 없다. 두 대화가 나란히 함께 진전돼야 하며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 위업을 함께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은 최근 트럼프 정부 내 대북정책 강경파와 대화파 간 주도권 싸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위시한 강경파의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반면,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대화파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내 대체적 분위기가 여전히 북한을 불량국가로 보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 자체는 북한과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오는 11월 트럼프 정부의 '중간평가' 격인 중간선거가 대북대화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부각시켜 선거를 치를지,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끌고 갈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압박수단 대화 유도

청와대는 미국 측의 비공개 요청에 따라 '최대한의 압박' 발언 외에 이방카 보좌관이 북.미 대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전된 입장을 내놓았는지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대한 사상 최대 해상차단 제재를 발표하면서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적 있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을 서울로 보낸 점,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 간 면담을 계획했던 점,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만 보여도 대화 테이블이 열리게 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점 등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미국 역시 지난해 '압박' 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 '대화'를 상정한 압박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방카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에 포함된 세라 샌더슨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평창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 대화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볼 때까지는 (북한과) 많은 대화는 없을 것"이며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약간의 움직임'이란, 본격적인 핵협상 이전 단계인 예비회담 내지는 대화 개시의 조건을 의미한 것으로, 미국으로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위해 북한이 적어도 핵실험 모라토리엄(중지) 선언이라든가 미사일 도발 중지 등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를 내보여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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