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커피 들고 버스 못타요" 안전 위해 승차거부 가능

이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6:49

수정 2018.02.25 17:53

서울시, 조례 개정…안전 위해 승차거부 가능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 서울시는 지난달 4일 시내버스 재정 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테이크아웃 컵 등 음료를 들고 타는 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 사진=이혁 기자
커피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 서울시는 지난달 4일 시내버스 재정 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테이크아웃 컵 등 음료를 들고 타는 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 사진=이혁 기자

"커피 등 음료를 들고 버스 타면 안돼요"

지난 21일 6513번 버스를 운행하는 운전기사가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버스를 타는 남성을 제지했다. 세번이나 강력하게 승차를 거부했지만 남성은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들으며 운전기사의 말을 무시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운전기사와 남성의 실랑이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어리둥절했다. 운전기사는 왜 남성의 탑승을 거부했던 것일까?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4일 시내버스 재정 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커피 등 음료를 들고 타는 승객을 운전기사가 승차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음료가 다른 승객의 안전을 해하거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음료 반입 금지 좋아요" 상대방 배려하는 에티켓

음료 반입 금지에 대해 시민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A(29)씨는 "사실 버스를 탈 때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타기가 망설여진다"며 "버스가 흔들려 옆 사람 커피가 바닥에 쏟아져 옷에 튄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 "끈적거리는 바닥 때문에 신발에 이물질이 묻어 짜증 난 경험도 있고, 출근할 때 커피와 김밥을 먹는 꼴불견도 본 적 있어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B(34)씨는 "쉽게 쏟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버스를 타는 건 사고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테이크아웃 컵을 마시고 좌석이나 손잡이에 내버려 두고 내리는 걸 종종 본다"며 "약간 남아있는 잔여물에 좌석이 젖어 승객들이 불편을 겪은 적이 많다"라고 언급했다. C(27)씨는 "테이크아웃 컵은 뚜껑이 닫혀 있어도 쏟아질 우려가 있고 냄새가 난다"며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버스가 흔들리기 때문에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화상을 입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뜨거운 음료가 옷에 묻어 순간적으로 욱해서 욕할 뻔했던 경우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도 비슷했다. "상식이고 당연하다", "에티켓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킬게요",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등 조례를 지지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선진국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음료 등 음식이 금지되어 있다. 옆 사람이 음료를 들고 있으면 불안하다"며 "정말 민폐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 운전기사 부담 커.. 과태료.강제성 없어 아쉬워

서울시와 버스운송 사업조합의 홍보에도 버스를 탈 때 '음료 반입 금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과태료와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서울시 버스정책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9일부터 버스 안에서 안내방송을 시작하고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입법 예고를 했다"며 "3월부터는 버스를 탑승한 모든 승객들이 알 수 있도록 픽토그램 형식의 포스터를 붙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태료와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민, 운전기사 등 홍보 요청이 자주 온다"며 "버스회사와 협조를 통해 제도가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해명했다.
버스 운전기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운수종사자 준수 사항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제지할 수 있는 범위들이 있다"며 "지금은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부담이지만 인식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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