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트럼프 대통령, 대화-압박 '투트랙' 北美대화 몰이 공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5:19

수정 2018.02.25 17:37

文대통령 대화카드로 북미대화 견인
트럼프 대통령 압박패로 북미대화 몰이 
백악관 대변인 "北,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이라도 보여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만찬을 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만찬을 하기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는 따로 갈 수 없다.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살려나가야 한다"(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전략(Maximum pressure campaign)'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자리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지난 23일 청와대가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평창올림픽 폐회식 미국 대표단 단장)간 본관 접견실에서의 대화 내용이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카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 패'를 던진 것이다.


미국도 압박을 위한 압박이 아닌 '대화를 위한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대화로 견인하고, 미국이 압박으로 대화로 몰아가는 '투트랙 구조'가 북·미 대화를 만들어낼 지 주목된다.

美외교안보라인 주도권 싸움 주목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입장은 문 대통령 취임 후 9개월간 미국과 대북 압박공조의 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대화와 협상'의 시기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결국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이 제일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격인 이방카 보좌관에게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남북대화가 별도로 갈 수 없다.

두 대화가 나란히 함께 진전되야 하며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 위업을 함께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은 최근 트럼프 정부 내 대북정책 강경파와 대화파간 주도권 싸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맥 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위시한 강경파의 입지가 다소 흔들리는 반면,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대화파의 입김이 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내 대체적인 분위기가 여전히 북한을 불량국가 대하듯이 보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 자체는 북한과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오는 11월 트럼프 정부의 '중간 평가' 격인 중간선거가 대북대화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부각시켜 선거를 치를지,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끌고 갈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압박수단 대화 유도
청와대는 미국측의 '비공개' 요청에 따라 '최대한의 압박' 발언 외에 이방카 보좌관이 북·미 대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전된 입장을 내놓았는지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대한 사상 최대 해상차단 제재를 발표하면서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적 있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을 서울로 보낸 점,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간 면담을 계획했던 점,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만 보여도 대화 테이블이 열리게 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점 등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미국 역시 지난해 '압박' 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 '대화'를 상정한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오전 용평리조트 USA 하우스에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 의원. 연합뉴스
24일 오전 용평리조트 USA 하우스에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 의원. 연합뉴스

이방카 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에 포함된 세라 샌더슨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평창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 대화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some movement)'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볼 때까지는 (북한과) 많은 대화는 없을 것"이며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약간의 움직임'이란, 본격적인 핵협상 이전 단계인 예비회담 내지는 대화 개시의 조건을 의미한 것으로, 미국으로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위해 북한이 적어도 핵실험 모라토리움(중지)선언이라든가 미사일 도발 중지 등 비핵화와 관련된 조치를 내보여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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