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평창 폐막식 ‘외교전 2R’] '북미 대화' 트럼프의 복심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3 18:10

수정 2018.02.23 20:55

한국 온 이방카… 북핵 평창 외교전 2라운드 시작
文대통령, 청와대서 만찬..북미 조기대화 거듭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상춘재 입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상춘재 입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이자 최측근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의 방한으로 '북핵 평창외교전 2라운드'가 개막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이방카 고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강경 매파와 온건 매파 간 주도권 싸움 속에 소수의 온건 매파(대화파)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맏딸 이방카를 통해 흘러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23일 올림픽 폐막식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3박4일간 방한한 이방카 보좌관에게 정상급 의전을 가동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사실상 '특사'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한.미 관계나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간이' 메시지 정도는 들고 온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원수나 행정수반을 맡는 총리의 공식 방한 때 나서는 이욱헌 외교부 의전장이 공항 영접에 나선 것도 그런 배경이다. 청와대 만찬에 이어 24일 평창에서 이방카 일정 일부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동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역시 파격적인 예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이방카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을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이를 위한 북.미 간 조기 대화를 거듭 촉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분위기 자체는 대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과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문이 대화로 가는 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대화의 '전제'다. '비핵화'를 북·미 대화의 전제로 삼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대화 재개로 가는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 분위기는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다수 강경파와 소수 대화파가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한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방남했던 김여정 특사(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를 가리켜 "2500만 주민을 잔인하게 다루고, 굴복시키고, 굶주리게 하고, 투옥한 사악한 가족 패거리"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보다 온건한 매파 혹은 대화파로 분류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내게 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최근엔 강경파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 경질설이 나오고 있어 트럼프 외교안보라인이 '강경 매파'에서 대화 쪽에 무게를 둔 '온건 매파' '대화파'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반도 문제 및 한.미 통상문제 등에 대한 부친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이번 방한을 앞두고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활동하게 될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메시지이든 간접적 의중이든 전달하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쪽으로 기울어 있다면 문 대통령으로선 대화 중재자로서 운신 폭을 넓히게 된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미 간 입장 차가 큰 상황이지만 일단 대화 자체가 열려야 하며 그런 뒤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전개되도록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평창올림픽 기간 북.미 간 공개적 접촉 가능성은 떨어져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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