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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폐막식 ‘외교전 2R’] ‘천안함 폭침 배후’ 김영철 방남에 증폭되는 南-南 갈등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3 17:54

수정 2018.02.23 17:54

"金 배후 여부 명확지않아" 통일부, 논란 진화에 부심
국정원도 "지시 안했다"
보수단체, 金 살인혐의 고발.. 한국당도 "즉시 체포해야"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지난 2007년 12월 13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당시 북측 대표로 대표단을 이끌고 판문점의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지난 2007년 12월 13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당시 북측 대표로 대표단을 이끌고 판문점의 남측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천안함 폭침의 배후자로 알려진 북측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평창올림픽 폐회식 고위급 대표단 단장 파견을 수용하면서 남남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고 잇달아 밝히면서 그의 방남을 위한 여론 조성 및 명분 쌓기에 나섰다. 국방부도 보조를 맞추며 따로 김영철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들은 김영철의 방남에 반발하며 청와대에 방한 철회 결의문을 전달하고, 검찰에 살인죄 혐의로 고발했다.


정부는 대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김영철의 방남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보수권은 천안함 폭침 관련 단죄에 나서야 한다며 충돌했다.

■정부 "김영철이 명확히 지시한 것 아니다"

통일부는 23일 천안함 폭침은 북측 소행이 맞지만 구체적 관련자를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김 부위원장의 방남 수용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이례적으로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 관련 설명자료'까지 배포하며 지난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제 어뢰에 의한 것이란 결론을 내렸지만 북한 정찰총국장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010년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북한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박근혜정부 때 김영철이 정찰총국장 자격으로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가진 남북 군사당국자접촉에 참석했지만 '천안함 폭침' 책임관련 논란 없이 진행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시 남북 군사당국자접촉은 2014년 10월 15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 간 교전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방부는 김영철이 내려오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부의 입장에 국방부가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김영철의 천안함 피격 배후설과 관련,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한 것이고, 공식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 김영철이나 정찰총국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외견상 통일부, 외교부 등 관련부처가 김영철 폭침 배후설을 한목소리로 부인하고 나선 형국이다.

그동안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 국방부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면서 당시 정찰국장이었던 김영철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2010년 5월 21일 국방부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당시 황원동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천안함 피격과 관련, "북한은 2009년 초 노동당 대남 공작부서 등을 통합해 정찰총국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관련 자료를 종합분석한 결과 북한의 정찰총국이 주도했다는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했지만 과거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전례로 정찰총국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도 같은 해 11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긴급 출석해 "연평도 해안포 포격 도발도 김격식, 김영철이 했다고 보느냐"는 당시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 질의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정원 김상균 대북담당 제2차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인지에 대해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히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국회 정보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보수권 강력 반발

하지만 이날 보수단체와 야당은 김영철의 방남에 크게 반발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날 한.미 양국이 2010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당시 북한 정찰총국장이던 김 부위원장을 지목했다며, 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 때 정찰총국장으로 국군장병 46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한변 측은 피고발인인 김 부위원장이 2박3일 일정으로 대한민국 영내에 들어왔다가 북한 귀환이 예상돼 이번 고발로 긴급체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도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김영철이 우리 땅을 밟는 즉시 긴급체포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북측이 김영철을 보내는 것은 한·미 공조 균열, 남남갈등을 노리며 일부러 떠보는 것일 수 있다"며 "까다로운 인물이 내려와 우리측 운신의 폭이 좁아진 만큼 이방카에 대한 예우와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등으로 오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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