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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트럼프가 '환율전쟁' 부채질" 우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3 17:18

수정 2018.02.23 17:18

1월 정책이사회 의사록 공개.. 美 약달러 옹호 발언 비판
통화 평가절하 경쟁 금지한 국제 합의사항 준수 강조
인플레이션 빠른 상승 우려.. 연초 통화정책 재조정할 듯
ECB "트럼프가 '환율전쟁' 부채질" 우려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의 환율전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 기조는 이르면 다음달 회의에서 문구 수정을 통해 방향을 틀 가능성도 엿보인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공개한 지난달 24~25일 정책이사회 의사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인위적인 약달러를 우려하는 한편 경제 성장세 속에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어 조만간 출구정책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 환율전쟁 우려

의사록은 지난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약달러 옹호' 발언에 대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우려를 정책이사회 위원들 역시 공감했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당시 약달러가 미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말해 미국이 그동안의 '강달러' 정책을 버리고 '약달러'로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드라기 총재는 므누신 발언 뒤 곧바로 미국은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기로 한 국제 통화시스템의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강달러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고, 므누신 장관도 약달러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지는 못하고있다.

의사록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환율 전개 상황, 더 넓게는 전반적인 국제관계에 관해 오가는 표현들에 대해 (정책이사회가) 우려를 나타냈다"면서 "환율에 관해 합의된 사항들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각국간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의사록은 이어 유로 변동성이 "감시를 필요로 하는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드라기 총재가 당시 했던 발언과 같다. 드라기 총재는 므누신 장관 발언 뒤 유로 가치가 급등하자 환율이 '불안요인'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 QE 출구전략 모색

의사록은 또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조만간 출구전략을 모색키로 방향을 정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ECB가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의사록은 "ECB의 예상인플레이션 설문조사는 2018년, 2019년, 2020년 평균 인플레이션이 각각 1.5%, 1.7%, 1.8%를 기록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2018년과 2019년 전망치가 각각 0.1%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의사록은 이어 "장기 예상인플레이션은 더 큰 폭으로 올라 2017년 중반 이후 관측된 점진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과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의사록은 이같은 관점에서 ECB가 '올해 초(early this year)' 통화정책 기조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정책이사회는 1월 회의에서는 이를 언급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점도 의사록은 지적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매파 이사들이 ECB의 통화정책 사전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문구 수정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 경제 여건이 충분히 좋아졌다면서 경기가 둔화하면 양적완화(QE)를 확대할 수 있다는 약속을 문구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록은 "일부 위원들이 집행이사회 성명에서 (QE와 관련한) 완화(기조) 편향을 없애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의사록은 이어 "그러나 이같은 조정은 시기상조로 더 탄탄한 확신을 통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회의) 결론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은 의사록 발표 뒤 ECB 출구전략 모색 전망으로 유로가 강세를 보였다. 유로는 의사록 발표 직후 유로당 1.23085달러까지 올랐지만 수분 뒤 다시 상승분 일부를 반납했다고 CNBC는 전했다.
ECB는 다음달 8일 다시 정책이사회를 열어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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