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이방카, 트럼프 대통령 '의중' 전달할까..평창 외교전 2R 개막

이방카, 文대통령과 靑상춘재서 만찬 회동
정상급 의전 받아
北美 접촉은 성사되기 어려울 듯...北, 우선 남북대화에 무게 중심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겸 고문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이자 최측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의 방한으로 '북핵 평창외교전 2라운드'가 개막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이방카 고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강경 매파와 온건 매파간 주도권 싸움 속에 소수의 온건 매파(대화파)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맏딸 이방카를 통해 흘러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23일 올림픽 폐막식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 이방카 보좌관에게 정상급 의전을 가동했다. 이방카 보좌관이 사실상 '특사'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한·미관계나 북한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간이' 메시지 정도는 들고온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원수나 행정수반을 맡는 총리의 공식방한 때에 나서는 이욱헌 외교부 의전장이 공항 영접에 나선 것도 그런 배경이다. 청와대 만찬에 이어 24일 평창에서의 이방카 일정 일부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동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역시 파격적인 예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이방카 보좌관 등 미국 대표단을 접견하고 만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과 이를 위한 북·미간 조기 대화를 거듭 촉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분위기 자체는 '대화'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과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문이 대화로 가는 '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대화의 '전제'다. '비핵화'를 북.미 대화의 전제로 삼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대화 재개로 가는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

트럼프 정부 내 분위기는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다수 강경파와 소수 대화파가 각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한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방남했던 김여정 특사(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가리켜 "2500만 주민을 잔인하게 다루고, 굴복시키고, 굶주리게 하고, 투옥한 사악한 가족 패거리"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보다 온건한 매파 내지는 대화파로 분류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내게 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최근엔 강경파인 맥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경질설이 나오고 있어, 트럼프 외교안보라인이 '강경 매파'에서 대화쪽에 무게를 둔 '온건 매파', '대화파'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반도 문제 및 한·미간 통상문제 등에 대한 부친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이번 방한을 앞두고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활동하게 될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든 간접적인 의중이든 전달하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문 대통령으로선 대화 중재자로서 운신의 폭을 넓히게 된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미간 입장차가 큰 상황이지만 일단 대화 자체가 열려야 하며, 그런 뒤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전개되도록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평창올림픽 기간 북·미간 공개적인 접촉은 가능성이 떨어져 보인다. 미국은 북측 대표단 단장인 김영철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2010년)의 주범으로 보고 미국 방문이 금지되는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상태다. 제재 대상 인물과 이방카 보좌관간 만남은 물론이고, 양측 대표단끼리 공개적인 접촉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북한이 김영철 위원장을 보낸 건 애초에 북·미 대화보다는 남북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란 분석이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영철 부위원장은 솔직히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서 보냈다고 볼 수 있을만한 인물은 아니다"면서 "북한이 우선은 남북대화에 초점을 두고 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을 설득시킬 카드를 들려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김영철이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확인 도장을 찍으러 내려온 측면이 강하다"면서 "남북대화의 속도가 북·미 대화 속도를 앞지르는 약간의 불일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조은효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