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바다를 통해 새로운 시대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6:56

수정 2018.02.22 16:56

[특별기고] 바다를 통해 새로운 시대로

20년 전인 1997년 국제 해운시장에서 코리아는 해운강국의 지위에 있었다. 당시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을 살펴보면 한진해운(17만TEU), 현대상선(11만TEU)의 합계선복량이 현재 1위 기업인 머스크(23만TEU)와 비교해 높았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현대상선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세계 10위권 내 한국 선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세계 주요선사들은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머스크(390만TEU, 1위), MSC(306만TEU, 2위), CMA CGM(229만TEU, 3위) 등 거대선사들이 탄생했다.

국내 대표 원양정기선사인 현대상선은 34만TEU에 불과해 글로벌 컨테이너시장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기의 해운뿐만 아니라 조선업까지 살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의 성장 배경은 공격적 인수합병과 초대형선박을 대거 확보하면서 선복량을 키워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 또 1위 벌크선사인 중국 코스코의 성장 배경은 인수합병과 아울러 집중적인 자국선대 확충과 자국 수송물량을 자국선사에 몰아주면서 외연을 키워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15개 컨테이너선사를 포함, 160개 이상의 많은 선사가 국내의 조그만 파이를 가지고 경쟁하다 보니 시너지가 발생하기보다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원가도 안 나오는 비효율적 구조를 가지게 됐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선종별, 항로별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및 친환경 초대형선박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컨테이너업계는 최소한 200만TEU 이상 원양선사가 존재해야 우리 수출입화물을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고, 세계 유수의 선사들과 경쟁이 가능하다. 벌크선업계도 최소한 1500만DWT 이상의 메가벌크선사가 존재해야 중국·일본의 주요 벌크선사와 경쟁할 수 있다. 전략물자도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다.

둘째, 산업 간 상생협력을 통해 내수 비중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10위 무역대국으로서 연간 10억t의 화물이 선박으로 수송되고 있지만 국적선사가 수송하는 비율은 원양컨테이너 약 20%, 전략물자 50% 수준으로 일본 및 중국 등 인접국가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만약 우리 화물을 우리 선박으로 수송하는 비중을 컨테이너 70%, 전략물자 100% 수준으로 향상시키려면 우리 해운산업은 현재보다 선박규모를 확대시켜야 한다. 200만TEU 이상의 메가캐리어를 육성하고 컨테이너와 전략물자 적취율을 향상시킬 경우 우리 조선소에 200척 이상의 선박을 발주할 수 있다. 해운과 조선산업은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약 29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며 무역-해운-조선-금융산업 간의 상생발전이 된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1차 산업혁명을 통해 범선에서 증기선으로 전환됐고, 2차 혁명을 통해 증기선에서 디젤추진선박으로 전환됐으며, 3차 혁명을 통해 해상위성통신(GPS) 및 전자장비가 탑재된 자동선박이 건조됐다. 우리나라는 이런 전환점을 이용하지 못해 항상 경쟁에서 뒤처져 왔다.
그러나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간다면 해운과 조선산업의 성장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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