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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국회를 상설화하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6:56

수정 2018.02.22 16:56

[여의나루] 국회를 상설화하자

20만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정부 및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는 청와대 청원에 따르면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달라'는 청원자가 27만명을 돌파했다. 최저시급도 아깝다는 것이 많은 국민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인식이니 매우 안타깝다.

작년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졌고,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현재까지 50명이 생명을 잃음으로써 대한민국이 기본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나라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자동차가 조기에 진입하지 못해 초기 화재진압이 어려웠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2016년 11월 소방자동차의 전용구역 내 주차뿐 아니라 소방자동차의 진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위 법안이 1년이 넘게 처리되지 않고 있는 사이,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했다.


두 사고 사이 한달 남짓한 기간이 있었지만 홀수 달인 1월에는 본회의가 열릴 '일정'이 없었기에 아무런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 똑같은 대형사고가 두번이나 반복되고 나서야 2월 임시국회에서 뒤늦게 소방기본법 등 관련 법안이 처리되었다.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미처리 법안들은 쌓여가고 있다. 16대 국회에서 35%이던 법안 폐기율은 17대 47%, 18대에서 52%로 급상승했고, 19대의 경우 1만7822건의 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57%에 달하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는 1만1501건의 법률안이 접수됐으나 처리된 것은 2967건에 불과하다. 과거 어떤 국회보다 법률안 처리가 저조한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 안 하는 국회'라는 범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지름길은 국회 상설화이다. 일반 국민이 1년 내내 주 5일 성실하게 근무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국회는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정기회 및 짝수 달에만 임시회를 열고 있다. 그래서 홀수 달에는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며, 법에서 규정된 회기 일정도 지방선거와 정치 논쟁 등 여러 사정들로 파행을 겪고 공전하기 일쑤이다. 그나마 짝수 달에 임시회가 열리면 10일 정도는 대정부질의 등에 할애하고, 남은 상임위원회 일정 20일 중 고작 3, 4일만 법안소위가 법안을 논의하니 법안들을 깊이 검토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미국 의회는 우리 국회와 달리 휴일을 열거하는 포괄식 운영일정을 취한다. 주말을 제외하고 국회가 연중 상시 개회하는 대신 휴일, 국경일 등 연중 약 30일 정도만 휴회한다. 영국 또한 확정된 휴회기간을 제외하고는 상시 의회 체제로 운영된다. 즉, 선진국 의원들은 우리 의원들의 두배 정도 일한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민생법안이 적시에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제정이나 개정되려면 국회 상설화가 필수다.

법안 관련 원내교섭단체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한 점도 문제다. 주요 법안의 경우 국회의원 개인의 의견은 배제된 채 교섭단체끼리의 협상으로 졸속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법안을 심의할 기회조차 박탈되고 있어 비민주적이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은 국민에 대한 의무다. 의무를 망각한 국회의원들이 정치싸움과 재선을 위한 지역구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동안 입법활동으로 예방 가능했던 인재가 사회 곳곳에서 국민들을 고통 받게 한다.
대다수 근면한 국민들과 같이 의원들이 주말, 명절연휴, 공휴일을 제외하고 상시 일해주기를 희망한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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