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GM사태, 정치권 '훈수'는 그만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6:51

수정 2018.02.22 16:51

[기자수첩] GM사태, 정치권 '훈수'는 그만

"누가 봐도 선거 의식한 탓 아니겠어요?"

한국GM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한 정부 인사가 심드렁하게 내뱉었다. 선거철만 되면 국익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그의 말대로 마치 올림픽 경기를 하듯 정치권은 제각기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채 경쟁적으로 GM사태 대책 내놓기에 골몰하고 있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은 아예 GM노조와 손잡고 일자리 지키기 결사항전에 나설 태세다.

국회의원들에게 선거는 곧 전쟁이다. 지역구 민심을 거스르는 일은 당과 의원들에게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다.
GM이 당당하게 정부에 지원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도 선뜻 이해가 간다. 공교롭게도 한국GM 사태가 본격적으로 터지고, 배리 앵글 GM 총괄부사장이 방한한 데 이어 군산공장이 폐쇄되는 현재 선거를 불과 넉 달 앞두고 있다. 수십만명의 밥줄이 걸린 상황에서 일자리를 내세운 정부와 '표심 잡기'에 안달난 정치권이 시장논리만 내세울 순 없을 것이란 GM의 치밀한 포석이 깔렸다는 주장이다. 우리로서는 불리한 패를 쥔 채 게임을 시작한 셈이다.

돌이켜보면 선거를 앞두고 이런 경우는 매우 빈번했다.

지난해 대선 때는 각당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다. 천문학적 자금 지원을 받고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해를 넘긴 지 오래다. 지난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는 울산지역 당 후보 지원유세를 나간 자리에서 "현대중공업 가족들이 구조조정 없이 일하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구조조정 반대 목소리를 냈다. 부실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권의 '훈수질'에 번번이 잦아들었다.

왜 한국GM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냉정한 분석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경쟁력 없는 제품, 기업의 방만경영, 노조의 지속적 파업과 고임금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철저히 들여다보되 한국시장 철수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은 연명해도 '메스'를 댈 시기를 놓칠수록 더 많은 '피'(혈세)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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