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어젯밤도 못 잤다고요?" 잠을 잃은 그대들에게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4 13:00

수정 2018.02.24 13:00

너나 할 것 없이 수면부족 상태인 '잠 못 드는 대한민국 사람들'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적다. '잠 못 드는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을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적다. '잠 못 드는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을 정도다. 사진=연합뉴스
"신은 인간에게 여러가지 근심의 보상으로서 우리들에게 희망과 수면을 주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볼테르(Voltaire)가 한 말이다.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에 대한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다.


잠은 낮 동안 지친 몸과 뇌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이 부족하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의 생산과 활동을 저하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일의 능률이 낮아진다. 잠을 설치면 다음 날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쳐 '잘 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잠 못 드는 대한민국'..OECD국가 중 가장 적은 수면시간
하지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나 만성적인 수면부족을 겪는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지난 2012년 약 35만 명에서 2016년 약 49만 명으로 약 38%가량 늘었다.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적다. '잠 못 드는 대한민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을 정도다. 2015년 OECD 발표 결과, 국가별 일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인데 비해 한국인 일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48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중 앉아서 보내는 시간(7.5시간)보다도 적은 수치다.

서울시 청소년 4명 중 3명은 수면 부족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2015년 '서울 청소년의 건강생활 변화'에 따르면 청소년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이었다. 피로가 회복될 만큼 충분히 잠을 잤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의 응답률은 27.8%에 불과했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2016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3,2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수면시간이 정말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졸음 때문에 평소 업무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답변도 64.8%에 달했다.

수면 부족은 졸음을 유발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 챌린저호 폭발사고, 엑손 발데즈호 좌초사고 모두 근무자의 수면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산업재해였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2016년) 고속도로에서 졸음사고로 414명, 과속운전으로 193명이 사망했다. 사고건수 대비 사망자수는 졸음사고가 1위(18.5%)인 것으로 나타났다.

숙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자 수면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수면 관련 제품 시장은 연 1조~1조 5천억원 규모다. G마켓은 눈의 온도를 높여주는 수면안대와 숙면을 유도하는 백색 소음기의 판매가 각각 72%, 173%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면장애 겪는 사람들의 대표 증상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로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수면장애의 대표 증상은 불면증, 과다수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이다. 가장 흔한 수면장애로 꼽히는 불면증은 잠들기가 어렵거나 잠든 다음에도 자주 깨는 것이 특징이다. 1차성 불면증과 2차성 불면증으로 나뉜다. 1차성 불면증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2차성 불면증은 내과적, 정신과적인 질환에 의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이다.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하다면 과다수면증이나 기면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과다수면증은 전날 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계속 졸음이 밀려와 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스트레스, 정신적·육체적 피로로 인한 압박과 중압감에서부터 비롯된다. 기면증은 잠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수면발작이 일어난다. 단백질 부족과 각성 상태 조절 호르몬의 세포 손실로 발생한다.

다리가 아파서 제대로 잠자기 힘들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로 저녁이나 밤 시간 대에 다리가 저리거나 불편한 느낌을 주는 운동성 질환을 뜻한다. 유전적인 영향이나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회로'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수면무호흡은 잠을 자면서 최소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상태를 말한다. 크게 폐쇄성 수면무호흡과 중추성 수면무호흡으로 나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은 숨을 쉬려고 하지만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 호흡이 힘든 상태다. 반면 중추성 수면무호흡은 숨을 쉬려는 시도 자체를 못하는 경우다. 수면장애 환자의 대부분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수면장애에 대한 점검 필요..전문가들 "수면제에 의존하면 안돼"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면장애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여러 기구를 이용해 수면의 전 과정을 기록해 분석해 준다. 보통 비용은 60~80만원인데 각종 검사가 추가되면 100만원을 웃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비급여 대상이기 때문에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 대부분은 구입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한 수면제를 찾는다. 하지만 수면제는 일시적인 불면증 치료에는 효과적이지만 만성적인 불면증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수면제가 불면증 원인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약에 의존하기 보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음식을 먹을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우유, 계란, 두부, 상추가 있다. 이 식품에는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원료라고 할 수 있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상추에는 잠을 유도하고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성분이 들어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상추를 먹기 쉽지 않다면 말린 상추를 프라이팬에다 볶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시면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

다음은 대한수면학회에서 잠을 잘 자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1. 항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2. 잠자리에 들기 4~6시간 전에는 커피 등 카페인을 복용하지 않는다. 하루에 복용하는 카페인의 총량도 줄인다.

3. 담배 등 니코틴을 피한다. 특히 잘 때, 밤에 깼을 때는 절대 금한다.

4. 잠을 유도하기 위해 술 마시는 것을 피하라. 초반에는 쉽게 잠에 들다가도 수면 도중 깰 수 있다.

5. 잠자기 전 과식하지 말라. 반면 가벼운 간식은 수면을 유도한다.

6. 오후 규칙적인 운동은 깊은 수면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수면 3~4시간 전에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7. 가능하면 소음, 빛, 높은 실내온도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8. 자명종은 가능한 한 잠자리에서 치우는 것이 좋다.

9. 낮잠을 피하라.

10. 잠자리에 들기 전 체온을 올릴 수 있도록 20분 정도 더운물에 목욕하라.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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